토니 아워슬러 '제거'
파이낸셜뉴스
2016.10.10 17:21
수정 : 2016.10.10 17:21기사원문
현대인의 고독과 강박
토니 아워슬러(59)는 영상과 오브제를 결합한 독특한 미디어 설치로 널리 알려졌다. 그는 동시대 사람들에게 '아트'란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며 1980년대 뉴욕 아트신에서 텔레비전과 비디오 아트에 대한 실험을 했다. 초기 작업은 어두운 방에 비디오와 소리, 언어가 여러 오브제와 함께 놓인 설치를 제작하거나 비디오 모니터에서 나오는 움직이는 이미지를 물이나 거울, 유리 등을 이용해 반사시키는 작업이었다. 1991년 처음으로 작은 LCD프로젝터를 이용한 설치작업을 한 그는 이듬해인 1992년 제9회 카셀도큐멘타에서 비디오 이미지가 투사된 인형작업을 최초로 선보였다. 이후 다양한 오브제에 비디오 이미지를 투사한 혼합설치와 비디오 조각은 그의 대표적인 작업 스타일로 정착됐다.
2002년작인 '제거(Elimination)'는 오브제와 비디오 프로젝션 이미지를 결합한 초기 작품에 가깝다. 어두운 공간에 홀로 놓인 투명한 플렉시글라스로 만든 원통에 한 여자의 얼굴이 투사됐다. 굳은 표정을 하고 옆을 흘깃 보면서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다. 원통의 굴곡면에 투사돼 좌우가 늘어져 잘린 듯 보이는 왜곡된 이미지는 인물이 마치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인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이 갑갑함은 언제쯤 끝날까?
오브제에 투사된 비디오 이미지는 모두 변형되고 해체된 신체 이미지들이다. 마치 기계에 붙은 유령과도 같은 이미지들이 움직이는 기괴하고 비현실적 상황은 인간 의식세계의 복잡한 실체를 드러내거나 고독과 강박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내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류정화 아라리오뮤지엄 부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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