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꿈의 발전소’ 추억의 문방구가 사라져 간다
파이낸셜뉴스
2016.10.15 09:00
수정 : 2016.10.15 09:00기사원문
“문방구는 친구들이랑 학교 수업이 끝나면 무조건 가는 곳이었어요. 오락기 앞에 쪼그려 앉아 게임하고 있으면 엄마가 밥먹을 시간 됐다고 찾으러 오셨죠. 많이 혼나기도 했지만 그 시절이 그립네요”
직장인 이한용(가명·38)씨에게 문방구는 추억 그 자체다. 유년시절의 기억을 지배하는 소중한 문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도 퇴근길 집 앞 문방구를 지나갈 때면 옛 생각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고 했다.
통계청 도·소매업 조사에 따르면 문방구는 2010년 16,756개에서 2014년 13,496개로 감소했다. 2007년 이후 매년 1천 곳씩 사라져간 학교 앞 문방구가 이젠 1만여 곳 밖에 남지 않았다.
■ 자취 감추는 문방구의 속사정
문방구는 왜 이렇게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것일까.
우선, 놀이문화가 변했기 때문이다. 문방구도 세월의 나이를 비껴갈 수는 없었다. 80~90년대 최고의 놀이터는 문방구였지만 요즘 학생들은 문방구보다 인터넷이 더 익숙하다.
대형문구점과 대형마트 문구코너의 입점으로 아이들이 동네 문방구를 찾아야할 이유도 없어졌다. 주말마다 부모님과 함께 마트에 가서 장난감과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는 식으로 소비 패턴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학생 수 감소도 문방구가 사라지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11세 학령인구는 2011년 3,098명에서 2015년 2,736명으로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한 학생 수의 감소는 문구류의 소비감퇴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학습준비물 지원제도’가 시행되면서 문방구를 찾는 학생들의 발길은 더욱 뜸해졌다.
학습준비물 지원제도란 소득에 관계없이 전국 73만 명에 이르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학습 준비물 비용을 교육청에서 지원해 주는 것을 말한다. 학생과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학습준비물 미비로 인한 학생 간 위화감 조성을 막고자 마련된 제도다. 일선 학교가 예산을 지원받아 9개 종 125개 품목의 학습 준비물을 최저가 입찰제도를 통해 일괄 구매하는 형식이다.
학생들이 학습 준비물을 따로 구입할 필요가 없어지자 영세 문구점은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뿐만 아니라, 최저가 입찰제도에서 대형 유통업체에 밀려 문을 닫는 문방구도 속속 생겨났다.
■ ‘추억의 장소’ 문방구, 논란의 중심에 서다
2015년 결국 동반성장위원회는 문구 소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란 대기업이 중소상인의 영역을 지나치게 침범했을 때, 사업을 축소하거나 자제하라고 권고하는 제도다.
이 규제로 대형마트는 2014년 문구 품목 매출액 기준으로 자율적 사업 축소를 권고받게 됐다. 대표적인 규제 내용은 학용문구 매장규모 축소, 학용문구 묶음 단위로 판매, 신학기 학용문구 할인행사 자제 등이다.
하지만 학교 앞 문방구 상인들은 문구 소매업 중소기업 적합 업종 지정에 대해 영업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규제가 강제성 없는 자율 권고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문구업을 전문으로 하는 대형 문구점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문구업계는 상품권 제도로 학교 준비물 예산의 일부를 상품권 형태로 돌려서 문방구와 상생하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품권 준비과정의 복잡함과 전체 학교 시행의 어려움 등으로 결국 무산됐다.
한국문구유통조합 장문영 전무는 “학교 앞 문방구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서는 ‘학습준비물 지원제도’ 입찰방식에 문방구를 포함시키는 형태의 변화의 바람이 불어야 한다”며 “문구인 스스로도 재래식으로 상품을 진열했던 방법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쉽게 물품을 찾을 수 있도록 배치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sjh321@fnnews.com 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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