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사리는 기업들… 법인카드 사용 한달새 10분의 1로 급감

파이낸셜뉴스       2016.10.26 17:27   수정 : 2016.10.26 19:45기사원문
김영란법 시행 한 달 사용액 1000억→100억
식당들 권익위에 원망 "데모라도 하고 싶어"
호텔 ‘김영란세트’ 등장 3만원 미만 메뉴 내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이후 기업의 법인카드 사용이 급감하고 이로 인해 특급호텔 레스토랑과 고급 한정식집 등 일부 식당과 화훼농가 등이 존폐위기를 맞고 있다.

서울 등 대도시의 일부 고급식당은 손님 감소와 매출 급감으로 폐점이 잇따르고 화훼농가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법인카드 사용액 급감

김영란법 시행 한달을 이틀 앞둔 26일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 이전에는 5000여명 임직원의 법인카드 총 사용액이 한달 평균 1000억원 정도였는 데 한달 새 100억원으로 확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는 영업활동이나 직원 간 소통을 위해 법인카드를 써왔는데 요즘은 아예 사람을 안 만나고 안 쓰다보니 사용액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그만큼 음식점 등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직원들끼리 사용해도 출처와 용도, 참석인원 등을 명확하게 기재하고 설명해야 하다보니 아예 사용을 안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서울 광화문에서 고급식당을 운영하는 임모씨(65)는 "매출기준으로 김영란법 시행 후 60%나 줄었다"면서 "광화문이 공무원들 상대로 장사하다보니 타격이 크다"고 밝혔다. 임씨는 "김영란법이 시행된다고 해서 가격도 내려봤지만 손님이 아예 없다"면서 "법적으로 되고 안되고가 명확해야 되는데 그렇지 않다보니 다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거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인근 소상공인들 중에 점포를 내놓은 사람도 많고 우리도 40년 된 가게를 닫을지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정식집, 화훼농가 직격탄

서울 여의도의 한 횟집 주인은 "한달 만에 손님이 반의 반토막이 났다"면서 "국민권익위원회 앞에서 데모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자가 찾은 지난 25일 저녁시간 이 가게는 아예 손님을 찾기가 어려웠다. 이전만 해도 이 식당은 저녁이면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붐볐다.

프리미엄 음식을 취급하는 특급호텔 레스토랑들도 3만원 이상의 고가 메뉴 매출이 호텔에 따라 20~30% 정도 줄었다.

화훼농가들 역시 대기업 인사가 있는 연말연초가 가장 대목인데 김영란법으로 '인사시즌 특수'가 사라지면서 존폐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호텔 '김영란세트'로 매출감소 만회 안간힘

김영란법 시행 이후 주요 특급호텔들은 3만원 미만의 이른바 '김영란 세트'를 내놓으며 매출감소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세종호텔은 28일 레스토랑 베르디에서 3만원 미만의 신메뉴를 선보인다. 세종호텔측은 김영란법 시행 이후 3만원 미만의 메뉴를 찾는 이들이 늘면서 '세트메뉴'를 선보이게 됐다고 밝혔다. 이 호텔 관계자는 또 "3만원 미만 메뉴는 단품밖에 없었는데 법 시행으로 3만원 미만 메뉴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어 세트메뉴를 구성해 고객부담도 덜고 선택권을 넓히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가든호텔도 연회메뉴로 갈비탕을 2만9700원에 선보였다. 이 호텔 런치뷔페의 경우 2014년 10월부터 2만9700원에 운영하고 있는데 김영란법 시행 이후 예약이 급증했다. 이 호텔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 이전에 형성된 가격이긴 하지만 법 시행으로 뷔페가 인기를 끌면서 예약이 이전에 비해 40~50%가량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도 연회메뉴로 3만원 미만의 3코스 메뉴를 선보였다. 이 호텔 관계자는 "특급호텔의 일반 레스토랑에서는 단품을 제외하고는 사실 3만원 미만의 메뉴를 선보이긴 쉽지않다"며 "다만 세미나, 포럼 등 행사의 경우 3만원 미만의 메뉴를 찾는 수요가 많아 연회메뉴로 3만원 미만의 3코스 메뉴를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쉐라톤서울팔래스 강남에서도 연회메뉴로 3만원 미만의 메뉴를 원할 경우 가격대에 맞춰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김문희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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