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숨죽여왔던 美 ‘진판델’.. 태양을 머금고 깨어나다
파이낸셜뉴스
2016.11.09 17:08
수정 : 2016.11.10 10:12기사원문
15년전 ‘품종 불명’ 오명.. 2002년 프리미티보 판명
미국 캘리포니아산 진판델이 글로벌 와인시장에서 40년 만에 재조명받고 있다. 지난 197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산 진판델(Zinfandel) 와인 가운데 달콤한 로제와인과 함께 화이트 와인이 마니아들에게 널리 사랑받으며 캘리포니아 대표와인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40년이 지난 요즘들어서는 진판델 레드 와인이 새롭게 조명받으며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9일 와인업계에 따르면 나무 수령이 50년 넘는 진판델 포도품종으로 만든 와인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와인은 블루베리, 체리, 자두가 섞인 농밀한 과일향에 커피, 담배, 후추의 매콤함,여기에다 캘리포니아의 강렬한 태양을 머금은 듯한 묵직함이 매력이다.
미국은 세계 진판델 와인의 중심지다. 하지만 15년 전만해도 진판델은 유래를 알 수 없는 품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2002년 DNA 검사 결과 진판델은 크로아티아에서 거의 멸종 상태인 츠를레나크 카슈텔란스키, 그리고 이탈리아 풀리아 지방에서 명맥을 유지하는 프리미티보와 같은 품종이라는 게 밝혀졌다. 하지만 이후에도 진판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진판델은 캘리포니아의 토양 및 기후에 완벽하게 적응하며 왕성한 생명력과 풍성한 과실을 맺었다. 특히 1970년대 진판델로 만든 달콤한 로제 와인, 화이트 진판델이 널리 사랑을 받으며 미국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품종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평론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화이트 진판델은 포도즙이 너무 붉어지기 전 껍질을 분리해 연한 분홍색을 얻고, 포도즙의 당분이 전부 알코올로 변하기 전 발효를 멈추게 해서 만든다. 이 때문에 알코올 도수가 낮고 상큼한 과일향을 듬뿍 담은 달콤한 맛을 낸다.
진판델의 진가는 수령 30~50년에서 생산된 포도에서 시작된다. 나이가들어 수확량은 줄지만 포도의 맛과 향은 훨씬 좋아지기때문이다.진판델은 대체로 다른 포도 품종에 비해 알이 굵고 즙이 많다. 짙은 색깔, 묵직한 무게감, 부드러운 탄닌을 지니고 있지만 달콤한 과일향이 풍부하다.
■50년 이상된 올드바인 품종 눈길
100% 진판델로 만든 '루이 마티니 날리 바인 진판델'은 수령이 100년 이상된 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 생산량이 한정됐다. 이 와인은 원숙한 스파이스, 토양의 느낌과 더불어 정향, 후추, 감초 등의 아로마를 느낄 수 있다. 바닐라와 자두, 검붉은 과일의 풍미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벨벳같은 타닌과 균형감을 준다.기분좋은 수준의 산도가 입안에 가득 느껴지며 여운이 있는 피니시가 인상적이다. 와이너리인 루이 마티니는 미국의 금주령 시대에도 교회에 미사주로 공급되며 장기 숙성용 레드 와인 메이커로 명성이 높다. 와이너리 델리카토사는 1924년에 설립돼 80여년의 전통을 갖고 있다. 특히 '날리헤드 올드바인 진판델'은 5년 연속 미국 내 1위 바비큐 와인으로 선정될 만큼 인기가 높다. 캘리포니아 토착 품종인 진판델로 만들어 향긋한 과일향, 부드러운 질감, 살짝 단맛을 지녀 편하게 마시기 좋다. 특히 떫지않고 단맛이 감돌아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더 페데럴리스트 진판델'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이자,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에 대한 오마주를 담은 와인이다. 텔라토 그룹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벤 프랭클린, 조지 워싱턴, 에이브러햄 링컨, 알렉산더 해밀턴을 오마주로 와인을 만들었다. 더 페데럴리스트 진판델은 자두, 체리, 블랙 베리 같은 검붉은 계열의 과일 향과 더불어 계피 향이 돌며 부드러운 타닌과 선명한 산도를 느낄 수 있다. 입을 가득 채워주는 듯한 느낌을 주며 피니시가 긴 것이 특징이다.
이밖에 가성비 높은 진판델 와인으로 미국 나파 와이너리의 '고스트 파인' 와인이 있다. 고스트 파인의 진판델은 캘리포니아 프리미엄 와인 산지인 나파-소노마 지역에서 수확한 최상의 포도만을 블렌딩해 만든다. 풍미와 균형감이 뛰어나 세계 유수의 와인 전문가와 와인 미디어들로부터 90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기도 했다.
■화이트 진판델 대표 '베린저'
전통의 화이트 진판델 맛을 느끼려면 미국 화이트 진판델 시장 점유율 1위인 '베린저 화이트 진판델'이 좋다. 이 와인은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로 올해로 설립 140주년을 맞았다. 유명 와인 전문지인 와인 스펙테이터로부터 레드와 화이트 모두 '올해의 와인'으로 선정됐다. 적당한 산도와 진한 당도가 매력적이다. 해산물, 파스타 등의 메인 요리와 잘 어울리며 과일, 치즈, 샐러드 등의 디저트와도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베린저 스파클링 화이트 진판델'은 베린저 화이트 진판델 출시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출시된 제품이다. 진판델 품종으로도 훌륭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풍부한 꽃향기와 상큼한 과일향, 섬세한 기포가 특징이며 달콤한 피니쉬가 매력적이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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