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적 사실 (Alternative Facts)

파이낸셜뉴스       2017.01.24 17:05   수정 : 2017.01.24 22:44기사원문

미국의 대안우파(alternative right)는 주류 보수주의의 대안으로 제시된 우파의 한 부류다. 다문화주의와 불법이민자에 반대하며 백인우월주의 성향이 강하다. 지난 대선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지지했다.

트럼프도 당선자 시절 미국 내의 대안우파 운동을 이끌어온 극우파 인종주의자 스티브 배넌을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고문으로 지명하기도 했다.

트럼프 진영 사람들은 '대안'이란 용어를 즐겨 사용한다. 정치적 아웃사이더로 백악관에 입성한 그들이 기성 제도에 적지 않은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안이란 말에는 이런 저항의 몸짓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는 듯하다.

백악관이 거짓말 브리핑 논란에 휩싸였다. 로이터통신이 2009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트럼프 취임식 인파를 비교하는 사진 2장을 공개한 것이 발단이었다. 오바마의 취임식장은 관중으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지만 트럼프의 취임식장은 듬성듬성해 큰 차이를 보였다. 언론들은 이를 근거로 역대 최저 지지율로 출범한 인기 없는 정권이라고 몰아붙였다. 그러나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튿날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파가 운집했다"는 브리핑을 했다. 언론들은 거짓말 브리핑이라고 비판하는 기사들을 쏟아냈다.

그런데 거짓말 브리핑에 대한 백악관 측 해명이 더 큰 논란을 불러왔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고문은 NBC 방송에 출연, "대안적 사실을 제시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진행자가 왜 거짓말 브리핑을 했느냐고 다그치자 '대안적 팩트(facts)'라는 괴상한 용어를 들이댄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진영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분노의 불을 지펴 사실을 덮어버리는 전략"이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 '포스트 트루스(post truth)'와 일맥상통한다고 분석했다. 포스트 트루스는 '감정이나 주관적 신념이 사실보다 더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말한다.

대안(代案)의 사전적 의미는 '대체 가능한 다른 방안'이다.
'선택 가능한 방안들'이란 뜻으로도 사용된다. 그러나 사실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사실(fact)'과 '대안(alternative)'이란 두 단어의 조합이 어색하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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