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양이 심장사상충약 비싼 이유는?
파이낸셜뉴스
2017.01.25 12:00
수정 : 2017.01.25 12:00기사원문
-제약사와 유통사, 동물약국 공급 거절로 동물병원 독과점 유지
- 수의사들은 제약사와 유통사 압박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직장인 A씨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반려견 3마리를 키우고 있지만 이들에게 드는 비용이 부담이다.
이 가운데 개에게 사망선고와 같은 심장사상충 예방약은 한 달에 한 번씩 먹여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 약은 동물병원에서 개당 1만4000원이기 때문에 진료비까지 하면 한 달에 5만원, 일 년이면 60만원이나 되는 돈을 지출해야 한다.
해당 약은 제약사측에서 동물약국에 아예 공급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쩌다 동물병원에서 남은 약이 있어서 가져다 팔면 제약사에서 몽땅 수거해 가고 더 이상 약을 못 받게 된다는 것이 동물약국의 설명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처럼 동물약국에 개·고양이 심장사상충 예방제 공급을 거절한 한국조에티스㈜와 ㈜벨벳에 대해 같은 행위를 다시 하지 말 것을 명령했다고 25일 밝혔다.
공정위는 또 제약사들에게 심상사상충 예방제를 동물약국에 공급하지 말라고 강요한 수의사 인터넷 카페 회원 수의사에 대해서도 같은 명령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심장사상충은 개·고양이의 심장이나 폐동맥 주위에 기생하면서 심각한 질환을 일으킨다. 이를 예방하려면 매달 한 번씩 약을 먹여야 한다.
수의사 처방제는 심장사상충 예방제의 경우 처방대상 약품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에 동물약국 및 도매상에서 수의사 처방 없이 자유롭게 판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조에티스와 벨벳은 동물약국에도 해당 약을 공급해달라는 대한약사회의 요청을 거절했다.
당시 대한약사회 회원약국들은 심장사상충 예방제를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하고 동물약국 개설을 준비해 동물약국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한국조에티스와 벨벳은 또 단순히 공급거절에 그치지 않고, 동물약국으로 유출되는 물량도 철저히 적발해 차단하기도 했다.
실제 양사 영업직원들은 매일 관할지역 동물약국에서 팔리는 제품이 있는지를 감시했고 유출이 의심되는 곳이 있으면, 일반 고객으로 위장하여(mystery shopper) 직접 제품을 구입하는 등 유출경로를 확인했다.
이후 동물약국으로 빠져나간 물량을 모두 회수하고, 유출된 동물병원에 대해서는 출고를 정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총괄과장은 “동물약국으로 공급을 엄격히 차단한 것은 심장사상충 예방제가 싸게 팔리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심장사상충 예방제를 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됐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두 회사의 심상사상충 예방제인 레볼루션, 애드보킷의 동물병원 공급가(도매가)는 개당 5600~6600원이었지만 소비자는 2~3배인 1만4000원에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함께 시정명령을 받은 수의사 인터넷 카페 공동구매추진위원장 등 5명은 카페 내에서 공동구매에 참여할 수의사 700여명을 모집한 뒤 이를 빌리며 제약사와 유통사에게 동물약국에 공급하지 말 것을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송 과장은 “동물병원과 동물약국간 경쟁으로 심장사상충 예방제 가격이 내려가면 1000만 반려동물 보호사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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