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욱진 '독'
파이낸셜뉴스
2017.03.09 16:54
수정 : 2017.03.09 16:54기사원문
독과 새, 조형과 자연
1949년에 제작된 '독'은 신사실파 제2회전에 전시한 작품으로 당시 장욱진이 '독'을 포함, 유화 13점을 전시했는데 구도와 도상의 상징성으로 전시작품 중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작품을 살펴보면 8호 크기의 화폭에 황색으로 메우고 전면에 항아리를 가득 차게 그려 넣은 것으로 좌측 상단의 여백엔 나무 한 그루를, 하단 중앙엔 새 한 마리를 배치했다. 이 외에 형태가 또렷하진 않지만 나무 뒤로 둥근 도상이 눈에 띄고, 항아리 하단 양쪽으로 둥근 선이 확인된다.
작가의 화면에는 선택된 소재들만 등장하는 편으로 보다 함축적 의미를 갖기 때문에 구성과 구도, 표현 방식에 따라 제작 의도를 해석해 볼 수 있다. 먼저 나무를 살펴보면 잎이 떨어져 앙상한 나뭇가지와 잎이 풍성한 나뭇가지가 한 나무에 대조적으로 표현되었고, 항아리는 항아리의 뚜껑이 닫혀 있다고 보기에는 뚜껑의 형체가 약하고 뚜껑이 없다고 보기에는 안쪽을 더 밝게 채색해 구분을 모호하게 했다. 새는 항아리를 채색한 색과 유사한 색을 사용해 형체가 두드러지지 않도록 하면서 목을 낮추고 다리를 뒤로 빼 동적인 움직임을 취하고 있어 은유적으로 제작 의도를 드러냈다.
이현희 서울옥션 스페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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