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연 '웃음꽃'
파이낸셜뉴스
2017.03.20 17:19
수정 : 2017.03.20 19:49기사원문
세상 모든 평범한 꽃들을 위한 찬가
그림이 웃고 있다. 봄 햇살을 가득 품은 꽃들이 있다. 두 마리 나비가 날갯짓하며 그 옆을 빙빙 맴돈다.
꽃잎은 흡사 미소를 짓는 듯하다. 꽃수술들은 각자의 하늘을 향해 구애작전을 펼치고 있으며 꽃받침은 활짝 미소를 머금은 사람의 입모양 같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꽃들은 술래를 향해 우스꽝스러운 몸짓으로 다가섰다 멈췄다를 반복하는 개구쟁이 아이들 같다. 그늘은 없고 오직 양지만 존재하는 동산이 있다면 이런 세상 아닐까.
작가의 꽃들은 세월을 타고 진화했다. 변화했다는 말이 보다 정확할 것이다. 초기엔 꽃을 논리적으로 분해하는 작업이 활발했다. 꽃의 면적, 색의 대비 등에 주목하다 보니 추상성이 강했다. 그러다 점차 꽃 자체가 주는 선의 리듬, 감성적인 부드러움 등에 초점을 두면서 지금과 같이 실제 꽃 모양에 가까운 구상적 형태를 띠게 됐다. 객관적 요소에서 주관적 가치로, 부분에서 전체로 달관하듯 진화해간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누구든지 쉽게 미소 지을 수 있는 그림이다. 이 작품처럼 모두의 삶에 웃음꽃이 피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이 봄, 어딘가 숨겨져 있을 행복의 의미를 찾아보는 술래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
조은주 갤러리조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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