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천식 피해, 증거능력 있는 '구제급여' 지원 가닥
파이낸셜뉴스
2017.09.08 13:56
수정 : 2017.09.08 21:38기사원문
정부가 천식을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질환으로 인정하고 정부구제급여에서 지원키로 사실상 방침을 정했다. 다만 정부구제급여는 향후 피해자들이 가해기업과 법적 소송에서 증거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확실한 승소를 위해 자료 수집을 좀 더 면밀하게 거친다는 방침이다.
8일 정부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 관련 양대 위원회인 피해구제위원회와 구제계정위원회는 지난달 가습기살균제 천식 피해 인정과 관련한 회의를 수차례 열고 논의한 끝에 호흡기질환 중 천식을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질환으로 인정키로 했다.
정부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대상은 가습기살균제 사용기간 중 년 2회 이상 천식을 진단 및 치료받은 경우, 기존 천식보유자가 가습기살균제를 사용 후 악화된 경우 등이다.
정부구제급여는 천식과 가습기살균제 사이의 연관성을 공식 인정하는 반면 구제계정은 우선 피해자 지원에 들어간 뒤 인과관계를 따져보자는 것이기 때문에 성격이 다르다.
또 정부구제급여는 피해자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한 후 가해기업에게 구상권을 청구하지만 구제계정은 가해기업 1250억원과 정부 225억원 등 가습기살균제 특별피해구제계정 2000억원에서 충당한다.
당초 양대 위원회는 정부구제급여 대상으론 증거관계가 부족하므로 구제계정에서 먼저 지원하는 방안을 채택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정부는 다소 시일이 걸려도 정부구제급여로 지원하는 것이 피해자들에게 좀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구제급여의 경우 가해기업과 소송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가습기살균제 사용→천식’이라는 명확한 증거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 같은 증거는 향후 천식피해자들이 개인 또는 집단으로 가해기업과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할 때 유력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정부 관계자는 “천식에 있어서 정부구제급여에서 지원할 수 있는 증거와 기준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라며 “정부구제급여와 구제계정의 피해자 지원금 액수는 똑같지만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은 구제급여”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천식을 가습기살균제 피해 질환으로 최종 확정하면 정확한 조사 판정을 위해 천식피해 조사·판정 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이 피해구제위원회의 심의를 받아 확정되면 올해 안에 전체 피해신청자 5780명에게 적용해 천식 피해자를 판정한다는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천식은 현재 인정되는 폐질환과 달라 임상·병리·영상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판정할 수 없다”면서 “환경노출조사 결과와 피해신청자의 과거 노출기간의 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날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범위 확대를 위한 질환선정 및 판정기준’ 보고서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1차와 2차에 걸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 인정받은 530명 중 건강보험공단에 천식 치료 기록이 있는 환자는 474명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천식 인정 환자는 185명이다. 다만 천식피해 인정기준이 수정·보완되고 있기 때문에 이 수치는 변경될 수 있다고 환경부는 전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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