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은 "손님이 왕" 韓은 "주객 절충".. 트럼프 맞는 자세

파이낸셜뉴스       2017.11.07 21:17   수정 : 2017.11.08 00:04기사원문



정상외교의 의전은 흔히 '외교 최일선의 예술' '디테일의 미학'으로 불린다.

7일 25년 만에 한국을 국빈방문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청와대의 의전 코드는 한마디로 '절제와 실속의 미학'이다.

철저하게 트럼프 대통령의 기호에 모든 의전코드를 맞춰 '타자중심 의전'을 선보인 일본과 달리 우리의 의전은 '주객(主客)의 기호를 절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호와 한국 문화의 자긍심을 동시에 맞출 수 있는 부분에 집중했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국빈으로서의 의전은 7일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이 오산기지에 도착한 직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조윤제 주미대사의 영접으로 시작됐다. 공식방문은 외교부 의전장과 주한 미국대사가 마중을 나갔다.

지난 6월 '공식 실무방문'으로 워싱턴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을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맞이한 미국측 인사는 미 국무부 의전장 대리, 수전 손턴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리였다. 이어 최고영접을 상징하는 21발의 예포(3부 요인 19발, 장관급 17발)가 울렸다.

■日, '손님에 초점', 韓, '주객 접점 의전'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머무는 시간이 1박2일로 일본(2박3일)에 비해 짧다는 여론을 감안, 알찬 24시간을 만드는 전략을 취했다. '오모테나시(일본 특유의 극진한 대접)' 문화를 선보이고도 무역문제에 있어선 트럼프 대통령의 작심발언을 막아내지 못해 과공비례 비판이 나오는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 절제되고 실속 있는 의전으로 국빈에 대한 예를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예정에 없이 경기 평택 주한미군기지를 찾아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한 것은 정상 간 접촉 기회를 확대함과 동시에 국빈에 대한 예우 측면도 강하다.

'절제된 환대'는 한반도 안보상황이 엄중하다는 점도 작용했다. 특히 미국 텍사스에서 총기난사로 주일 예배를 드리고 있던 신자 중 최소 26명이 숨지고 20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만큼 더욱 '절제된 의전'을 진행할 방침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6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텍사스 총기난사 사건과 관련 위로문을 보내 애도를 표한 것도 청와대 의전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절제된 의전 속에서도 '주객 절충 의전'은 국빈만찬 메뉴와 국빈만찬 공연에서 잘 드러났다. 고기를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맛을 최대한 고려하면서도 한국적인 맛을 가미한 '퓨전한식'이 메뉴로 올랐다.



■靑 "따뜻한 환대 요청" 대국민 메시지

청와대와 경찰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 이동시간엔 용산~서울역~광화문~청와대까지 차량이동을 일제히 통제했고, 시청과 광화문 도로 인근에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철제 펜스, 심지어 문재인 정부들어 처음으로 차벽도 설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묵을 용산 하얏트 호텔 주변 등엔 195개 중대 약 1만5600명의 경찰과 경호인력 6300명 등 총 2만1900여명을 배치됐다. 지난해 촛불집회에 배치된 최대 경찰 인력에 맞먹는다. 현 정부 들어서 최대 규모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이 "손님을 환대하는 것은 대대로 이어져 온 우리의 전통이다. 국민 여러분께서 마음을 모아 따뜻하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환영해 달라"고 이례적인 반미시위 자제촉구 메시지를 보낸 것도 청와대 의전의 연장선으로 비친다. 박 대변인은 이날 신뢰를 상징하는 파란색 바탕에 트럼프 대통령의 당적인 공화당을 상징하는 코끼리 그림이 촘촘하게 새겨진 넥타이를 매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탑승한 미국 대통령 전용차량인 '캐딜락 원'과 수행원 차량 앞 뒤로는 우리측이 제공한 사이드카 19대(화물용 2대 포함)가 에워싸며 청와대 경호실의 근접경호가 제공된다.
국빈 의전에 따라 전날 오후부터 청와대와 정부청사, 공항과 숙소, 행사장 주변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나란히 게양됐다.

8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장 연설 역시 국빈방문 의전 프로토콜에 따른 것이다. 한편 미국 대통령의 국빈방문은 노태우정부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 이후 25년 만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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