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폭설·한파…제주지역 건설현장 겨울나기 ‘혹독’

파이낸셜뉴스       2018.02.08 10:57   수정 : 2018.02.08 12:40기사원문
일용직 근로자 현장 일감 ‘뚝’…생계 막막
건설사업도 공기 지연 관리비 부담 커
설 앞두고 체불임금도 정산 안 돼 ‘큰 시름’  



[제주=좌승훈기자] 올 겨울 제주지역의 잇단 폭설과 한파로 도내 건설현장 일감이 뚝 끊겨 건설 노동자들이 큰 시름을 앓고 있다.

특히 설 명절을 앞두고, 일용직으로 돈을 버는 이들은 요즘과 같이 맹추위가 더욱 야속하다.

겨울철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면, 건설자재 품질관리와 함께 현장 근로자의 작업능률 저하, 안전사고 위험 등으로 공사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

공기를 감안해 마감공사나 현장 정리 같은 실내공사는 제한적으로 진행할 수 있겠지만, 터파기와 골조공사 같은 야외작업은 중단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콘크리트 타설을 하게 되면, 기온이 낮기 때문에 동파 우려가 크다. 그렇다고 건축주가 보온 양생비를 따로 책정된 것도 아니어서 건설업자도 난감하다.

특히 민간공사는 공기 압박이 큰 데다, 공기 지연에 따른 관리비 부담도 크다.

지난 7일 제주시내 인력사무소(직업소개소)에서 만난 이모씨(47)은 “올 들어 맹추위로 지난 1월에는 11일, 2월에는 1일 밖에 일을 하지 못했다”며 “그렇지 않아도 도내 인력시장의 값싼 외국인 불법 체류자들에게 일감을 빼앗기고 있는 마당에, 날씨마저 혹독해 생계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일용직인 그가 건설현장에서 받는 일당은 11만원이다. 이마저도 일감이 뚝 끊기는 바람에 혹독한 겨울을 나고 있다.

더욱이 내·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각종 개발사업과 제주로 유입되는 이주민 증가에 힘입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 왔던 제주지역 건설경기가 최근 민간 부문을 중심으로 크게 위축되면서 건설현장 체불임금도 크게 늘어났다.

제주도가 집계한 지난해 말 기준, 도내 건설업의 체불임금은 73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도의 33억원보다 121.1% 증가했다. 올들어 1월중 해결되거나 사법처리중인 것을 제외하더라도, 체불임금이 102개 업체 4억4700만원에 이르고 있다.


지난 2일에는 건설 근로자 이모씨(50)가 10m 높이의 제주아라행복주택 신축 공사현장에서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시행사인 제주개발공사가 원도급 업체에 공사비를 지출했는데도, 원도급자가 하도급 업체에 대금을 주지 않아 체불이 발생한 것이다.

대한건설협회 제주도회 관계자는 “최근 잇단 폭설과 한파 때문에 공사 중지가 불가피한 상태라서, 일용직 건설 근로자들의 고충이 큰 것으로 안다”며 “건설사도 공기 압박과 함께 공기 지연에 따른 현장 관리비용 부담도 적지 않아, 요즘처럼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면 근로자나 건설사 모두 혹독한 시기를 날 수 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