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시계
파이낸셜뉴스
2018.02.11 17:04
수정 : 2018.02.11 17:04기사원문
미국 뉴욕의 부동산업자인 세이모어 더스트는 1989년 타임스스퀘어 부근에 국가채무시계를 세웠다. 미국 정부가 지고 있는 빚이 얼마나 많은지 알려 정부와 미국인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미국의 나랏빚은 계속 불어났다.
이 시계가 지난해 말 20조달러(약 2경1900조원)를 넘었다. 가구당 평균 240만달러(약 26억2800만원)에 이른다.
한국에 국가채무시계가 등장한 것은 최근 일이다. 2013년 9월 국회 예산정책처가 홈페이지에 국가채무시계를 처음 게시했다. 우리나라는 재정이 건전한 나라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국가채무가 급증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국가채무시계는 10일 현재 671조5038억원을 가리키고 있다. 2008년(309조원)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2.2배로 늘었다. 1인당 국가채무도 1300만4754원이나 된다. 한국의 국가채무는 1997년에는 60조3000억원에 불과했다. 이후 위기 때마다 가파르게 증가했다.
시간은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는다. 시계의 초침이 째깍째깍 소리를 내며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것처럼 빚도 마찬가지다. 절대액을 줄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가속도가 붙으면 증가 속도를 낮추는 것마저도 매우 어렵다. 한국이 아직 선진국들에 비해 국가채무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경계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빚은 시간을 닮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가채무시계는 지금 이 순간에도 초당 139만원의 속도로 쉼 없이 불어나고 있다.
y1983010@fnnews.com염주영 논설위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