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 보증금제, 결국 기업부담이 관건
파이낸셜뉴스
2018.04.03 17:15
수정 : 2018.04.05 00:48기사원문
환경의식 높아져 도입 적기..재사용 위한 설비 설치비에 소매상 등 취급수수료까지
기업 비용부담 조율이 우선
환경부가 빈 플라스틱 페트(PET) 병에 보증금제도를 재검토해 추진키로 한 것은 중국의 폐자원 수입금지 조치와 재활용 대란을 겪으면서 사회적 인식이 높아졌다는 점이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최근 미세먼지 사태에서 확인됐듯 맑은 공기 등 쾌적한 일상생활 환경에 대한 국민의 기대수준은 높다. 빈병 보조금 추진 당시 기업과 도.소매상 등의 반발이 심해 빈 페트병까지 확대하지 못했지만 최근 들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의미다.
다만 환경부는 빈 페트병 보증금 제도의 경우 세척 등 재사용설비 설치에 따른 기업의 부담과 취급수수료, 반환보증금 액수 등의 문제가 우선 해결돼야 하는 만큼 확정 여부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반면 보증금제도는 생산제품 용기를 판매할 때 빈용기 값(보증금)을 포함시키는 것이다. 소비자는 빈용기를 반환하면서 보증금을 돌려받는다. 이 제도는 재활용보다는 세척해서 다시 쓰는 재사용이 주된 목적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EPR는 생산자 중심이지만 보증금 제도는 소비자와 직접 관련이 되는 것"이라며 "플라스틱 사용 저감 등 환경적 측면에선 보증금 제도가 보다 적극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빈 페트병에 보증금 제도를 적용키로 최종 결정하면 해당 품목은 EPR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EPR과 보증금 제도를 동시에 적용하긴 사실상 어렵다.
환경부는 또 빈 페트병 취급수수료를 비롯해 반환보증금 규모 등 민감한 사안을 논의하는 협의체 구성도 검토할 계획이다. 협의체엔 이해 당사지인 기업과 시민사회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빈 페트병에 보증금 제도를 이용하려면 빈병처럼 소매상과 도매상, 주류(음료) 회사 사이에 취급수수료가 존재해야 한다"며 "그러나 기업들이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취급수수료는 빈 페트병 유통 과정에서 업자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이다. 예를 들어 소매상이 소비자로부터 100원에서 빈 페트병을 구입한 뒤 도매상에 넘기려면 보관료 등 일정한 이익(취급수수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도매상이 주류회사에 넘길 때도 마찬가지다.
빈 페트병 용기를 고급으로 바꿔야 하는 문제도 있다. 현재의 저가 용기는 흠집 가능성 등이 높아 재사용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이미 2016년 11월부터 2017년 8월까지 빈 페트병을 포함한 빈용기 보증금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했다. 해외의 경우 재사용 유리병에서 일회용 포장용기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 골자다.
이미 독일, 덴마크, 오스트리아, 이스라엘, 스위스, 네덜란드, 호주, 핀란드 등 25개국에서 페트병 보증금 제도를 도입했다. 이들 나라 가운데 일부 국가는 재사용보다 일회용품 확산을 막기 위한 차원에서 보증금을 높게 책정한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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