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직원들 "워라밸도 좋지만 수입 깎일라"

파이낸셜뉴스       2018.05.30 17:12   수정 : 2018.05.30 21:12기사원문
자율출퇴근 月단위로 확대
매달 나오던 교통비 못받아
月35시간 야근해야할 판
회사측도 인건비 총량 늘어



"저녁 있는 삶이긴 한데…."

주52시간 근무시간 단축을 앞두고 삼성전자가 직원들 스스로 일하는 시간을 지정할 수 있도록 유연근무제를 대폭 개편했지만 정작 내부 반응은 싸늘하다.

하반기부터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은 높아지겠지만 일부는 가계수입이 쪼그라들 수 있어서다. 특히 삼성전자의 임금체계 구조상 워라밸을 위해 바뀌는 인사제도가 오히려 연장근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현재 실시 중인 자율출퇴근제를 기존 주 단위에서 월 단위로 확대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근무시간 관리에 직원 자율권을 부여하는 재량근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집중 근무시간을 최대한 직원 편의에 맞춰 생산성을 극대화하자는 취지다.

전날 직원들은 회사로부터 변경되는 인사제도와 관련한 세부설명을 들었다. 하지만 직원들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판단이 안된다"는 반응이다.

삼성전자 유연근무제 확대개편안을 보면 분명히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 직원 워라밸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회사는 단지 근무제도만 고친 것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포괄임금제에 따라 월20시간은 실제 잔업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직원들에게 수당을 지급해왔다. 여기에 실제 잔업을 했다면 명목상 교통비 항목의 추가 수당을 얹어줬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 따라 하반기부터 법정 근로시간이 주52시간으로 단축됐고 기업들은 초과근로에 대한 압박을 받았다. 당장 인건비가 크게 늘어날 게 불보듯 뻔한 상황. 삼성전자는 비용절감 차원에서 연장근로를 한 직원에게 별도로 주던 교통비를 없앴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월20시간 잔업수당이 이미 임금에 포함돼 있어 교통비를 받지 않으면 실제 월급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게다가 잔업을 전혀 안 하는 직원과 월20시간 이하로 일하는 직원의 수당이 같게 되는 상황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의 과장급인 한 직원은 "하루 2~3시간 잔업을 하면 한달 30만원 이상의 교통비를 받았다"며 "당장 7월부터는 가계소득이 줄어들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 직원은 "회사가 지금까지 보너스 성격의 추가 수당으로 편의를 봐준 게 사실이고 앞으로는 법대로 하는 것이라 하소연할 곳도 없다"며 "돈으로 저녁을 산 아니러니"라고 씁쓸해했다.


또 다른 직원은 "교통비가 없어지는 걸 감안해보니 월35시간 정도는 야근을 해야 이전 급여 수준이 된다"며 "어느 쪽이 행복한 삶인지 구분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바뀐 제도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회사가 쓰는 인건비 총량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연장근무가 월 20시간을 넘으면 10분 단위로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하고, 밤 10시 이후 심야근무 시에는 통상임금의 200%를 지급한다"며 "인건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면서 비용이 새는 곳은 단속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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