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에어컨을 許하라"…누진세 폐지 국민청원 봇물
파이낸셜뉴스
2018.07.28 08:14
수정 : 2018.07.28 09:20기사원문
에어컨 3.5시간에 6만3000원, 10시간에 17만7000원
#1. "생활에 필수적인 재화에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 수도나 가스, 기름에도 없는 누진제를 왜 전기에만 적용하느냐.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 회사가 전기 공급을 독점하고 갑질을 부리는 행태를 국가가 방치해서는 안 된다."
#2. "기업 사용자들 중 상위 세 개 기업은 광역시 한 곳의 사용량에 맞먹는 전력을 소비하고 있다.
기업들이 전기를 많이 소비하면서도 요금할인을 받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살인적인 폭염이 연일 지속되면서 전기요금 누진세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28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누진세'를 검색하면 300개가 넘는 청원이 볼 수 있다. 무더위가 심해진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간 올라온 누진세 관련 청원만 150여건에 달한다.
한 국민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국민들은 에어컨을 틀고 싶어도 누진세가 무서워서 불볕더위에 지쳐가고 열사병을 얻어가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에어컨이 비싸서 못 사는 게 아니다. 누진세가 무서워서 못 트는 것"이라고 썼다. 이 청원은 2만1352건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실제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장시간 에어컨을 사용하면 여전히 만만치 않은 금액이 청구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도시에 거주하는 4인가구가 소비전력 1.8kW의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3.5시간 사용할 경우 월 전기요금이 에어컨 사용 전보다 6만3000원 증가한다.
도시에 거주하는 4인 가구의 월평균 전력사용량은 350kWh(킬로와트시)이며, 2015년 에너지경제연구원 조사에서 집계된 가구당 하루 평균 에어컨 사용시간은 3시간32분이다. 한전은 이 가구가 하루 평균인 3.5시간보다 2시간 더 에어컨을 사용하면 전기요금이 9만8000원 증가한다고 추산했다.
한 달 동안 하루 10시간씩 에어컨을 틀면 17만7000원을 더 내야 한다. 반면 하루 2시간만 사용하면 전기요금이 3만6000원 증가한다. 서민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고양시 덕양구의 A씨는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은 에어컨을 틀지 않을 수 없다. 돈 없으면 무더위를 참으라는 건 가혹하다"고 말했다.
반면 한전은 여전히 전기사용량 조절과 저소득층 보호 등을 위해 누진세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복지할인제도도 확충해 저소득층의 전기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제도는 장애인 등에게 전기요금을 매달 1만6000원씩 할인해 주는 제도다. 하계기간인 7, 8월에는 2만원까지 할인해 준다.
그러나 전기수요 조절과 저소득층 보호를 위해 주택용 전기에 누진제가 필요하다는 한전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전체 전력소비의 55%는 산업용 전력이, 30%는 상업(일반)용 전력이 차지하고 있고, 주택용은 13%에 불과하기 때문. 결국 전기수요 조절은 산업·상업용 전기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저소득층은 전기 사용량이 적어 누진제로 인한 피해가 적다는 주장도 거짓이란 설명이다. 실제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최저생계비 미만의 5인이상 가구가 최저생계비의 5배에 달하는 소득을 가진 1인가구보다 훨씬 전기를 많이 쓴다. 즉, 전기사용량은 가족 구성원의 숫자지 소득이 아니라는 의미다. 주택용 누진제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법무법인 인강의 곽상언 변호사는 "최저생계비 가구는 가처분소득의 3~4%가 전기비로 나가는 데 반해 최저생계비의 5배 이상인 가구는 0.3% 수준"이라며 "소득에 관계없이 누진세를 적용하는 것은 한전이 최저생계비도 못 버는 가정들을 대상으로 착취하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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