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과 기네스의 250년전 계약
파이낸셜뉴스
2018.07.31 16:56
수정 : 2018.07.31 16:56기사원문
지난 6월 초 유럽의 끝 아일랜드를 다녀왔다. 아일랜드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건 더블린 외곽에 자리한 기네스 본사였다. 기네스 더블린 공장은 과거 모습을 그대로 간직했다.
더블린 공장의 연면적은 도시 전체의 10% 이상일 만큼 웅장했다. 전 세계에서 매일 생산되는 기네스 맥주가 1000만잔을 넘는다. 이런저런 설명이 더해지자 흑맥주의 성지에 온 감흥은 배가됐다. 20유로의 '비싼' 입장료가 아깝지 않았다.
우리는 어떤가. 국가 핵심기업들을 홀대하는 경향이 짙다. 최근 주력산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만 보더라도 기술유출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과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의 작업환경보고서를 제3자에게 공개하라고 결정했다가 비난을 받았다. 이 보고서에는 공정 설계 등의 민감한 기업정보가 담겨 있다. 중국으로서는 반드시 손에 넣을 게 뻔하다. 다행히 해당 기업이 행정심판 등을 제기해 가까스로 공개는 막았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광저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장 설립을 추진했다가 산업통상자원부의 심의 지연으로 5개월을 낭비했다. 이번엔 정부의 지나친 기술유출 우려가 발목을 잡았다. 중국 정부도 7개월 정도 몽니를 부리다 최근에야 사업을 승인했다. 미래 성장동력을 결정하고 수조원의 투자를 결정한 기업에는 피를 말리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최근 정부는 대기업들에 국내 투자와 일자리 확대를 압박하고 있다. 아쉬울 때만 기업을 찾는 느낌이다. 제조업에 실질적 도움이 될 규제 해소는 좀처럼 안 보인다. 정부가 눈앞에 열매만 보지 않길 바란다. 때론 경제를 살리는 데 '멍청한 계약'도 상책이 될 수 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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