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 윤종빈 감독, 황정민·주지훈 괴롭힌 연출가의 신념
파이낸셜뉴스
2018.08.11 11:35
수정 : 2018.08.11 11:35기사원문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속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의 호연과 윤종빈 감독의 치밀한 연출로 뜨거운 호평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윤종빈 감독 만의 능수능란한 연출로 관객은 보는 내내 긴장을 풀 수 없다. 스파이물이라는 흔한 소재를 한국식으로 유니크하게 풀어낸 '공작'은 남과 북의 다채로운 인물들을 통해 분단국가의 드라마틱한 이면을 생생하게 담아냈다는 평을 받았다.앞서 '공작'에 참여했던 배우들이 입을 모아 꼭 강조하던 것이 있었다. 바로 '현장의 괴로움'. 주지훈부터 황정민까지 한 마음 한 뜻으로 '윤종빈 감독도 우리처럼 힘들어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처럼 현장을 그토록 힘들게 한 것은 무엇일까."사실 저는 그렇게까지 힘들지 않았다. 다른 영화에 비해서 스트레스를 받지도 않았다. 그런데 배우들이 너무 힘들어하더라. '왜 힘들까' 했더니 내가 하지 말라고 한 것들이 너무 많았다. 황정민한테도 '대화 씬이 액션씬이었으면 좋겠다. 이 인물의 긴장감을 유지했으면 좋겠다'라고 하다보니 '연기를 할 게 없다'더라. 단지 내가 힘든 점은 안 해본 장르이기 때문에 두려움이 있다. 우리는 다 선수들이니까 장면이 나올 때까지 계속 찍으면 된다."이처럼 '영화계의 선수'를 자처한 윤종빈 감독에게도 참으로 어려웠던 순간이 있었다. 그는 기억에 남는 장면에 대해 "구강액션의 첫 장면, 고려관 촬영 현장"을 꼽았다. 극 중 고려관 장면은 황정민과 이성민이 한 테이블에서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는 씬으로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밀도 높은 서스펜스를 선사한다. 이에 윤종빈 감독은 숨겨놨던 비하인드 이야기까지 들려줬다."촬영 첫 날이었다. 나도 처음이고 정민이 형도 처음이다보니까 시행착오가 있었다. 이 영화에 서는 액션이 들어가면 말이 안된다. 스파이가 액션을 하는 순간 정체가 들통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넣을 수가 없었다. 사실 극 중 기차 속 추격씬을 공들여 찍었는데 영화와 안 어울려 덜어냈다. 그날 고생한 주지훈에게는 따로 불러서 술 한 잔 하면서 '미안하다. 다 잘랐다'라고 고백했다."'공작'에게는 대작들과 견줄만 한 무기가 있었다. 바로 한국형 첩보영화라는 장르적 강점과 편견을 깬 구강 액션. 이에 이성민은 '액션이라는 방부제를 덜어낸 작품'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혀 본 적 없는 액션 스파이물을 탄생시킨 윤종빈 감독에게는 어떤 자신감이 있었을까."영화의 태생이 실화 베이스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가 주는 힘이 분명히 있다. 액션보다 다른 쪽으로 관객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액션 영화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것 같아 끊임없이 구강액션이라 강조한 것도 있다. 저는 정치에 무딘 사람이다. 오히려 주변에서 걱정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 있는데 만들면 되지. 그 사람들 바쁜 사람들이야'라고 대꾸했다. 하지만 안 바쁜 사람들이어서 놀랐다. 참 세심하더라. 예전부터 별로 개의치 않았다."
많이 아끼는 영화다. 어려운 시도를 해냈다는 성취감도 있고 자부심도 있다. 관객들이 꼭 좀 알아봐줬으면 좋겠다."/ekqls_star@fnnews.com fn스타 우다빈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