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 높이자”..국민청원에 의견 '분분'
파이낸셜뉴스
2018.11.18 09:42
수정 : 2018.11.18 09:42기사원문
“여성청소년에게 자유와 안전이 보장될 수 있도록 #의제강간_연령상향 해주세요”
이달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같은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를 성폭행으로 간주해 처벌하는 형법상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을 현행 만 13세 미만에서 더 높이자는 것이다. 해당 청원은 18일 현재 1만명 이상이 서명할 정도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청원자는 “저만 하더라도 17세 고등학교 1학년의 나이에 성경험을 하게 됐지만, 저는 17세가 되기까지 성관계, 성적접촉이 어떤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며 “저는 호기심에 성경험을 한 것도 아니고, 내가 성경험을 하고 싶은지 아닌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도 갖지 못한 채 상황에 몰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14세 청소년이 19세 남성과 첫 성관계를 맺은 일에 대해 공론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여성이 삽입이 아프다고 해서 남성은 항문성교를 하면 된다는 식으로 말해 이뤄지는 항문성교가 여성의 충분한 동의 하에 이뤄졌다고 할 수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아울러 “미성년자들이 성인들의 성범죄 목표물이 되기 쉽다면 법적으로 여성 청소년의 성을 보호해야 한다”며 “의제강간 연령을 상향해 18세 성인이 될 때까지 청소년의 성보호, 특히 성인에 의한 미성년자의 임신 및 성착취를 막아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의제강간 연령 15~16세로 올려야” “연령만의 문제 아냐”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제강간 연령 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소 갈린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많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처럼 의제강간 연령을 15~16세로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성에 대한 인지가 떨어지는 아이들과 동의해 성관계를 맺는 그루밍 성범죄도 있는 만큼 사회적 합의를 통해 최소 15세까지 의제강간 연령을 높여야 한다”며 “의제강간 연령을 만 13세 미만으로 둔 데는 일본법을 베끼면서 생긴 것 같고, 왜 우리나라 아이들만 서구 사회보다 성적으로 조숙해야 하는지 논리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올해 6월 학자로서 기고한 글을 통해 13세 이상 16세 미만 미성년자가 양육·교육 등 보호를 받는 대상이거나 장애가 있는 경우, 16세 이상 19세 미만 미성년자는 장애가 있는 경우에만 형사처벌을 하고 그 외에는 성인에 대한 행정제재를 제안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박아름 활동가는 단체가 아닌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청소년들이 스스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는 존재처럼 법이 낙인 찍는 것 아닌지 우려되고, 의제강간 연령을 16세로 높인다면 16세와 18세의 차이는 얼마나 되는지도 애매하다”며 “단순 나이보다는 성인지 감수성에 따라 어떤 권력관계가 적용했는지 등 성폭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다양한 맥락과 상황을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