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의 트럼프? 엘리자베스 워런

파이낸셜뉴스       2019.01.05 06:00   수정 : 2019.01.05 06:00기사원문



"미국 중산층이 공격받고 있다. 억만장자들과 대기업들이 더 많은 몫을 가지기로 결정했고 정치인들을 선출해 자신들의 몫을 더 크게 자르게 했기 때문이다"

미 좌파의 아이콘이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앙숙으로 알려진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메사추세츠주)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공개한 동영상에서 이같이 밝히고 정가에서 처음으로 2020년 대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그가 기성 정·재계를 동시에 공격하며 출마를 선언하자 2016년 대선의 트럼프 후보가 연상된다는 우려도 나왔다.

그가 대통령이 되기에는 너무 독단적이고 사실상 지지기반도 부실하다는 평이 많지만 워런 본인은 아랑곳하지 않는 눈치다.

워런의 본명은 엘리자베스 앤 헤링으로 1949년 6월 22일 오클라호마주 오클라호마시티에서 3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나 올해 6월이면 만으로 70세가 된다. 그는 훗날 자신의 아버지가 청소부였고 어머니는 백화점에서 최저임금을 받고 일했다며 자신이 중산층의 끄트머리 출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쓰러져 일을 하지 못하자 13세부터 친척네 식당에서 일하기 시작했지만 어려서부터 재능을 드러내 고등학교 때부터 주에서 주최한 토론대회에서 우승했고, 조지워싱턴대학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다. 선생을 꿈꿨던 워런은 이후 고교 동창인 남편 짐 워런과 결혼해 성을 바꿨고 함께 휴스턴대학으로 전학해 1970년에 언어청각임상학 학사 학위를 땄다. 공립학교에서 장애 아동을 가르치는 선생으로 활동했던 그는 첫 아이를 임신하고 일을 쉬었지만 아이가 2살 되던 해 뉴저지주 뉴어크 소재 러트거스 로스쿨에 진학, 1976년에 박사학위를 끝냈고 이듬해 같은 로스쿨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1978년에 이혼한 워런은 2년 뒤 법학 교수였던 브루스 H. 만과 결혼했지만 성을 다시 바꾸지는 않았다. 그는 텍사스대학, 미시간 대학 등을 거치며 교수 경력을 쌓았으며 1990년에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석좌 교수로 교편을 잡았다. 워런은 1992년에 하버드 대학 로스쿨에 임용되어 파산법과 상법 전문가로 명성을 떨쳤다.

그는 하버드 교수 시절부터 언론과 저술을 통해 중산층 파산 문제를 적극적으로 지적하고 계층 간 불평등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워런은 1995년에 미 정부 국가파산검토위원회 자문으로 공직에 들어섰고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자 세금으로 금융기업의 부실자산을 인수하는 경제안정화법을 감시하는 외부 패널로 선임됐다. 이후 부실자산구제계획(TARP) 감독위원회를 이끌었던 워런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도드·프랭크법'에 따라 소비자 금융에서 금융기관을 감독하는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설립을 종용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그를 CFPB 설립 특별 보좌관에 임명했다. 워런은 2011년 자리에서 물러난 뒤 이듬해 메사추세츠주 상원의원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승리했다.

그는 2016년 대선에 앞서 출마 권유를 받았지만 거부하고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지지했다. 대선 당시 인종과 성차별·계급 갈등부분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조목조목 비난했던 워런은 그와 트위터로 서로 "얼간이", "깡패"라며 막말을 주고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런이 하버드 로스쿨 임용 당시 자신의 인종을 '아메리카 원주민'으로 적어 소수인종 가산점을 받은 사실을 지적하며 워런을 '포카혼타스'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미 정가에서는 지난해 3월만 하더라도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그가 갑자기 마음을 바꾼 점에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단 그는 민주당 내에서도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주)을 능가하는 강성 좌파로 불린다. 워런 의원은 지난달 14일 모간주립대 연설에서 "돈 많고 힘 있는 사람들이 수많은 정치인들 데려다 월급을 주기 때문에 법 자체가 조작되어 있다. 세상에는 부자와 연줄이 많은 사람들을 위한 규칙이 따로 있으며 이게 조작된 체계가 작동하는 방식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의 칼럼리스트 브렛 스테판은 "조작된 체제"를 입에 달고 다니던 사람이 2016년 대선의 트럼프 대통령이었다며 기성 체제를 부정한다는 면에서 워런과 트럼프 대통령이 무슨 차이냐고 반문했다. 일부 정치 전문가들은 워런이 너무 독단적이고 강경파라 대중적인 지지를 얻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누가 워런을 지지할 지도 애매하다. 워런은 정치활동을 하면서 인종·성차별 타파와 중산층 복원, 경제 평등 달성을 강조했지만 이러한 이슈에 가장 민감해야할 흑인 유권자들은 워런에 시큰둥하다. 지난달 유색인종 여성 정치후보를 지원하는 사회단체 쉬더피플이 여성 흑인 운동가 및 전략가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 결과 워런을 영향력 있는 지도자로 평가한 응답자는 전체 22%에 불과했다. 흑인 운동 전문가들은 워런이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 발언에 맞선 것은 고맙지만 흑인 및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정책을 내놔야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워런은 불필요한 구설수에 휘말려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트럼프 대통령의 포카혼타스 조롱에 반발해 자신의 조상 가운데 6~10대를 올라가면 아메리카 원주민 혈통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DNA 검사 결과를 내놨다. 그러나 미 언론들은 검사 결과 워런의 혈통이 평균 백인 여성과 가깝다고 평가했으며 아메리카 원주민 단체들은 워런이 정치를 위해 자신들의 혈통을 이용했다며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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