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도시' 홍콩의 몰락, 40년만에 상위 5위권에서 밀려나

파이낸셜뉴스       2019.01.24 14:09   수정 : 2019.01.24 14:43기사원문



과거 중국 본토와 나머지 세계를 연결하는 환적 통로였던 홍콩의 세계 항구 순위가 중국의 개방과 치열해진 경쟁으로 인해 약 4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홍콩 당국은 서둘러 투자 확대에 나서긴 했지만 심각한 무역전쟁의 풍파 속에서 이미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4일 다국적 해운컨설팅업체 드류리를 인용해 지난해 1~11월 사이 세계 항구별 컨테이너 물동량 순위를 조사한 결과 홍콩이 7위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홍콩이 물동량 순위에서 상위 5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은 1979년 이후 처음이다. 2004년에 세계 1위 물동량을 기록하기도 했던 홍콩은 2018년에 11개월 동안 1978만TEU(1TEU는 6m 컨테이너 1개 분량)를 처리한 부산에게 5위 자리를 내줬고 같은 기간 1975만TEU를 기록한 중국 광저우에도 밀렸다. 드류리는 올해 중국 칭다오가 물동량 순위에서 홍콩을 제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1위는 9년 연속 상하이였다.

블룸버그는 2004년 당시 홍콩항을 드나들던 선박 숫자가 15만척이 넘었지만 지금은 약 절반으로 줄었다고 지적했다. 홍콩해운항구국에 의하면 홍콩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지난해 4월 이후 매월 하락해 한 해 동안 5.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상하이와 부산, 광저우의 물동량은 각각 4.4%, 5.8%, 7.1%씩 증가했다.

홍콩항이 뒤쳐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중국 본토 항구들이 개방과 동시에 가파르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국제 해운사들은 본토 항구들이 대형 선박을 수용할 만큼 규모가 커진 까닭에 굳이 홍콩에서 배를 바꾸지 않고 곧장 본토로 향했다.

아울러 다른 경쟁 도시들은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고객을 늘렸다. 과거 홍콩과 물동량 1위를 다투던 싱가포르는 중국 최대 해운사 코스코나 오션익스프레스네트워크같은 일본 해운사들과 합작기업을 만들어 화물 터미널 운영에 나섰다. 싱가포르는 지금도 상하이와 1위 자리를 두고 겨루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으로 중국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길 경우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탄정 펠레파스가 홍콩의 물동량을 가져갈 확률이 크다.

현지 항만운영사인 홍콩인터내셔널터미널(HIT)은 블룸버그에 "2018년에 홍콩의 항만 산업은 지역 내 경쟁과 고객들의 다양한 수요, 미·중간 무역전쟁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련을 겪었다"며 "올해도 시장에는 불확실성에 따른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고 밝혔다. 홍콩 당국은 수년째 답보상태에 있는 10번 터미널 건설을 서두를 계획이지만 경쟁 도시들의 국가적 지원에 비하면 규모가 미약한 수준이다.
이에 블룸버그 산하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인텔리전스의 라훌 카푸르 애널리스트는 "이미 너무 늦었다. 중국이 투자하는 동안 홍콩은 방관하기만 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이미 홍콩이 해운이 아닌 금융도시로 변했다며 지난 2017년 기준으로 홍콩 국내총생산(GDP)에서 교통이 차지하는 비중이 6%로 금융·보험(19%)이나 부동산(11%)에 비해 크게 낮다고 설명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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