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인·법인만 소송 주체로 한정… 자연물은 해당 안돼

      2019.01.25 17:28   수정 : 2019.01.25 17:28기사원문
왜 설악산 산양은 소송 당사자가 될 수 없을까. 생태 감수성이 높아지는 흐름과 함께 국내외 법조계는 자연물이 소송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논의를 이어왔다. 미국에서는 멸종위기 새가 소송 당사자가 되기도 한다. 일부 법조인들은 국내법도 해석에 따라 자연물에 대한 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해외 법률 사례 및 법조인 의견을 통해 자연물도 사람처럼 소송 당사자가 될 수 있는지를 짚어보고 자연물의 법적 권리의 범위 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설악산 산양 28마리가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두고 소송에 나섰지만 법원은 산양은 원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에서 산양, 나무 같은 자연물이 소송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논의는 이어지고 있지만 법원의 판단은 소송 당사자로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설악산 산양 소송 '각하' 판결

2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성용 부장판사)는 동물권리를 연구하는 변호사단체 피앤알(PNR)이 산양 28마리를 원고로 낸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허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을 내는 원고가 절차나 자격을 갖추지 못했을 때 법원이 사안을 심리하지 않고 종결하는 것이다.

동물 권리를 연구하는 변호사단체 피앤알(PNR)은 2017년 11월 문화재청이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만들 수 있도록 천연보호구역 현상 변경을 허가하자 이를 취소해 달라며 지난해 2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산양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1급 야생동물이다.

지자체는 케이블카가 지나가는 자리를 피해 산양을 살게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산양은 행동반경이 1km 내외로만 활동한다. 서식지를 멀리 떠날 수 없어 건설에 수반되는 소음, 진동이 생기면 생존에 영향을 받는다.

■재판 쟁점은 '당사자 능력'

재판 쟁점은 산양 '당사자 능력' 여부다. 당사자 능력이란 소송의 주체가 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법원은 산양이 원고가 될 수 없다고 여겨 각하 판결했다. 민법은 자연인, 법인만 소송 주체로 한정하기 때문이다. 행정소송 경우 민사소송법 규정을 준용하고 민사소송법은 당사자능력을 정하는데 있어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민법을 따른다.

산양을 대리한 피앤알 측은 그동안 법원은 동물에 대한 당사자 능력에 대해 국내법 일부와 관습법에서만 근거를 찾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민법 외 국제조약이나 국내법 중 특별법 또는 조리에 의한 당사자 능력 가능성을 검토한 바가 없다는 뜻이다.

박주연 피앤알 공동대표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유엔환경개발회의 '생물다양성 협약',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 통해 자연 이익을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제반 조치를 규정한다"며 "이는 자연물에 대한 당사자 능력을 인정하는 중요한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원은 자연물 당사자 능력에 대한 법에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자연물 당사자 능력을 좁게 보는 판결을 내려왔다.
자연물은 당사자 능력이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따른 것이다.

2006년 대법원은 환경 단체가 천성산 터널 공사에 반대해 도롱뇽을 원고로 내세워 낸 소송에 대해 "자연물인 도롱뇽 또는 그를 포함한 자연 그 자체로서는 이 사건을 수행할 당사자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후 황금박쥐를 원고로 내세운 사건도 비슷한 이유로 각하됐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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