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 안이 선홍빛…추위가 괴로운 치질환자들

뉴스1       2019.02.24 07:01   수정 : 2019.02.24 07:01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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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문모세혈관 수축해 통증…술 마시면 증상 나빠져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화장실에서 대변을 보고 뒤처리를 하는데 휴지에 피가 묻어 나오거나 변기 안이 선홍빛으로 물들어 있는 상황이 계속되면 치질을 의심해볼 수 있다.

치질은 치핵과 치루, 항문농양 등을 통칭하는 말이다. 변기가 피로 물드는 증상은 대부분 치핵이고, 환자도 가장 많다.

치핵은 대변이 항문을 부드럽게 통과하도록 쿠션 역할을 하는 혈관조직에 문제가 생긴 병이다.

항문은 평소에는 닫혀있다가 대변이 몸 밖으로 빠져나갈 때 넓게 확장된다. 이때 항문이 대변을 매끄럽게 몸 밖으로 배출하지 못하면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게 된다.

오흥권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대변을 볼 때마다 피가 나오면 덜컥 겁이 나지만 예민한 부위다 보니 병을 방치하는 환자들이 많다"며 "이런 증상을 확인하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핵은 항문혈관이 확장돼 항문 밖으로 돌출되는 질병이다. 발병 위치에 따라 내치핵과 외치핵으로 나뉜다. 내치핵은 항문관 안에서 발생하며, 통증 없이 대변을 본 후 출혈이 있거나 항문 밖으로 돌출하는 증상을 보인다. 외치핵은 항문 가까이에서 발생한다. 특히 혈전(피떡)이 항문 근처에 생기면 단단한 콩처럼 만져지고 통증이 심한 편이다.

치핵은 오래 서있거나 변비, 항문 괄약근 이상, 긴장감 등이 발병원인으로 추정된다. 노화도 영향을 미친다. 사람은 직립보행을 하고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 정상적으로 항문 주위에 있는 혈관이 조금씩 밀려내려간다. 나이가 들수록 치핵환자가 많은 이유다.

김진천 서울아산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출혈 초기에는 휴지에 선홍색 피가 묻어 나오고, 중기에는 대변을 본 후 변기 안으로 피가 뚝뚝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말기에는 그 증상이 심해진다"며 "항문이 가려운 소양증과 분비물이 속옷에 묻는 증상은 대개 3기 이상으로 분류한다"고 덧붙였다.

치핵은 4기로 구분한다. 1기는 대변을 볼 때 피가 나오는 증상이 있지만 치핵이 항문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2기는 대변을 볼 때만 치핵이 항문 밖으로 돌출했다가 원래 위치로 되돌아간다. 3기는 대변을 보면 치핵이 항문 밖으로 돌출되고 손으로 밀어야 제자리로 돌아간다. 4기는 손으로 밀어 넣어도 치핵이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길연 경희대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항문에서 피가 계속 나오면 빈혈이 발생할 수 있다"며 "드문 경우지만 심장기능이 떨어지고 몸에서 피가 제대로 돌지 못하는 심부전증이 생길 수 있어 조기진단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치루는 염증으로 항문 안쪽과 바깥쪽에 터널 같은 누관이 생기는 병이며, 여성보다 남성에게 자주 나타난다. 항문농양은 항문 주위에 염증이 생겨 농양(고름)이 고이는 증상이다.

치질환자들은 겨울에 급증하는 특성을 보인다. 항문 주위의 모세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액순환 장애가 발생하고 통증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스키나 스노보드, 썰매를 탈 때 찬바람이 부는 눈밭 위에 앉거나 구부린 자세를 오래 유지하는 것도 항문을 자극한다.
특히 술은 치핵 증상이 나빠지는 지름길이다. 알코올은 항문 혈관을 확장시킨다. 이로 인해 항문 조직이 부풀어 오르고 통증이 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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