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손해본 장사 아니었다
파이낸셜뉴스
2019.03.01 16:30
수정 : 2019.03.01 16:30기사원문
미국과 북한의 2차 정상회담이 열리던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의 응우옌득쭝 인민위원장(시장)은 특별히 시 홈페이지에 공고를 내고 시민들에게 간곡히 당부했다. 그는 "외국 기자들과 친구들에게 교양 있고, 우아하며 호의적이고 친절한 베트남 국민과 하노이 시민의 이미지를 보여주길 바란다"며 회담 기간 외국인에게 바가지를 씌우지 말라고 부탁했다. 동시에 현지 경찰은 이날 100%의 인원을 동원해 약 2만명의 경찰을 시내 곳곳에 배치해 철통같은 보안을 유지했다.
대만 EBC 방송의 피터 왕 기자는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지난해 1차 정상회담이 열렸던 싱가포르에서는 사전에 북·미 정상의 일정을 알기가 비교적 쉬웠는데 여기서는 아무 정보도 없다며 "여긴 너무 어렵다. 경찰이 몇 블록씩 막아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에 들어간 비용은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부분 베트남 정부가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베트남은 물질적 발전과 더불어 국제사회의 인정을 원한다. 현지 정부는 오는 2020~2021년 사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 회원국으로 들어간다는 목표를 세우고 노력해왔다. 베트남은 2006년과 2017년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유치했고, 그 외에도 소규모 아시아 회의들을 조직해 국격을 높였다. 지난해 6월에는 재생에너지 발전 규모를 3배로 늘리고, 가정별 태양에너지 사용량을 2030년까지 26% 높이겠다고 선언해 친환경 국가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레투흐엉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 선임연구원은 이번 회담에 앞서 "만약 '하노이'라는 이름을 딴 평화협정이나 선언이 나왔더라면 베트남 입장에서 최선의 결과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해서 베트남이 이번 회담 결렬로 손해를 본 것은 아니다. 다국적 미디어분석업체인 멜트워터에 따르면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세계 각국의 관심으로 인해 싱가포르가 얻은 홍보가치와 기타 광고이익은 약 6220억원으로 추정된다. 싱가포르가 당시 회담에서 지출한 비용은 161억원으로 알려졌다. 그뿐만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월 27일 응우옌푸쫑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회담 개최지 제공에 감사하다며 주석을 올해 미국에 국빈으로 초청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회동에서 베트남이 미제 군사장비 구입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 감사하다며 "우리는 이제 친구"라고 강조했다. 현재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으로 중국과 사이가 틀어진 베트남으로서는 미국과의 공조가 더욱 절실하다.
베트남은 이번 회담 결렬로 목표했던 명성을 얻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손해보는 장사는 하지 않았다. 이제 남은 과제는 미국과 중국, 다른 동남아 국가들의 틈바구니에서 이번에 얻은 유명세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pjw@fnnews.com 박종원 글로벌콘텐츠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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