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압박 쫓기는 北 ‘초조’… 회담결렬 환영하는 美 ‘느긋’
파이낸셜뉴스
2019.03.03 17:03
수정 : 2019.03.03 17:03기사원문
北 ‘완전한 제재해제’ 패 드러내
美도 ‘영변+α’ 요구 명확해져
北, 핵활동 등 압박에 나설수도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이라는 사상초유의 결과로 마무리되면서 앞으로 북·미 핵협상의 전개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회담을 통해 북·미 양측은 갖고 있는 패가 명확히 드러났다. 특히 북한의 경우 경제발전을 위한 제재해제를 요구하는 것이 확실해지면서 앞으로 미국은 북한이 무엇을 내놓느냐에 따라 제재완화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요구사항 수면 위로…성과
트럼프 대통령에 따르면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북한 측에 영변은 물론 우라늄 농축시설의 폐기를 요구했다. 북한 측은 또 완전한 제재 완화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미국은 영변 핵시설 폐기 정도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됐다. 북한은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 금강산 및 개성공단 재개 등의 카드를 갖고 왔을 것으로 보였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를 추구하려고 하면서 완전한 제재해제를 요구했고, 미국은 북한의 요구가 생각보다 크다 보니까 '영변+알파'까지 요구했다"며 "서로가 원하는 것이 명확해졌다는 것이 성과"라고 말했다.
■경제발전 시급한 北 '조급'
북한과 미국은 이번 정상회담에 나서면서 '동상이몽'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신 센터장은 "비핵화의 개념부터 로드맵 등 전반에 대한 북·미 간 이견이 노출됐다"며 "북한이 만약 이번에 금강산 및 개성공단까지만 요구했다면 합의를 하고 다음 단계까지 갈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못했고, 미국은 앞으로 비핵화 로드맵을 만들자고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담에서 북·미가 공히 '협상 결렬'이라는 결과를 안고 돌아갔지만 양측이 느끼는 충격파에는 차이가 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 하노이에 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내내 경제발전에 대한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수행원들은 베트남의 공장지대 등을 유심히 살펴봤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급하게 할 것이 없다며 '속도'를 강조했다. 경제발전이 시급한 북한으로서는 또다시 교착에 빠질 수 있는 북·미 관계를 빨리 회복시켜야 하는 것이다.
신 센터장은 "현 상황에서는 미국이 좀 더 느긋하고, 북한은 경제압박 때문에 충격이 더 크다"며 "따라서 북한도 핵무기를 만드는 활동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거나 핵무기의 유출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를 흘리는 등의 방식으로 미국을 괴롭히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렬에 대해 오히려 국내에서 환영받는 상황이다. 잘못된 협상을 하는 것보다 결렬이 더 낫다는 분위기 때문이다. 신 센터장은 "미국이 ('협상 결렬'이라는) 옵션을 가지고 있었고, 협상력에서 한수 위라는 것을 보여줬다"며 "미국으로서는 트럼프 변수가 취약점이었는데 의회의 제재승인 등 시스템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작용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앞으로 북·미 핵협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북·미가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했고, 한반도 비핵화의 개념부터 로드맵 등에 이견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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