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모드' 文대통령 "남북 정상, 장소·형식 구애없이 만나자"...특사는 '아직'

파이낸셜뉴스       2019.04.15 16:51   수정 : 2019.04.15 17:31기사원문
-15일 수보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 추진 여건 마련" 강조
-"북한, 대화 지속 의지 보여줘"... 대북 특사 언급은 없어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4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과 속도감 있는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여건이 마련된 만큼 장소와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마주 앉자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만남을 제안했다. 다만, 남북정상회담 시기와 의제 조율을 위한 대북 특사 파견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文 "北, 대화 의지 보여줘"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여민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여건이 마련됐다"며 "북한의 형편이 되는 대로 장소와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남과 북이 마주 앉아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을 넘어서는 진전될 결실을 맺을 방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질적 논의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히 김정은 위원장의 '대화 의지'를 높게 평가했다.

"이제 남북 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추진할 시점"이라며 "북한도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김정은 위원장은 시정연설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안팎으로 거듭 천명했다. 또한 북미 대화 재개와 제3차 북미 정상회담 의사를 밝혔다"고 환영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김정은 위원장은 또한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 공동선언을 철저히 이행함으로서 남북이 함께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며 "이점에서 남북이 다를 수 없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는 지난 12일 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남측은)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 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촉구한 뒤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배경이 주목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우리 정부는 강경한 대응을 했을 경우 북한과의 대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수보회의 후 브리핑에서 "단어 하나하나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큰 틀에서 한반도 평화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북 특사 언급 자제, 왜?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과는 달리 대북 특사 파견 등 구체적인 추진 방안 등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했다.

고민정 부대변인은 '대북 특사 관련 발언은 없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없었다"고 확인했다.

미국의 대북제재 의지가 분명한 가운데 북한에 남북경협 등 '선물'을 줄 수 없고,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4차 남북정상회담의 성공 역시 자신할 수 없기 때문에 정책실패 부담감 때문이라도 조금 더 두고 보자는 관망세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대북 특사 파견이 결정됐다고 하더라도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라는 보상 없이 특사가 북과 성공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외세의 눈치를 보지 말고 민족의 문제는 민족이 풀자"는 주장을 견지하고 있어 대화에 따른 반대급부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홍규덕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의 대북제재 의지가 확고한 상황에서 북한에 별도의 선물을 건네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면서 "청와대도 고민이 많겠지만 그동안 구축된 남북신뢰 관계로 바탕으로 진정한 비핵화에 나서라는 진솔한 설득을 하는 것만이 길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손에 쥔 대북 유인책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에게 진정한 비핵화 이행이 아니면 대북제재에 따른 고립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설득하는 한편 한미공조 체제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홍 교수는 이어 손익계산에 능한 북한이 남북경협 등 구미 당기는 제안을 하지 않는다면 대북 특사 자체를 거절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면서 청와대의 고심은 앞으로도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fnkhy@fnnews.com 김호연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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