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인문학...10년간 인문사회계열 학과 15%감소

파이낸셜뉴스       2019.04.16 15:54   수정 : 2019.04.16 16:16기사원문
단기 성과 지양하고 독립학술기구 설립 시급

정부가 고사 위기인 인문사회학 분야를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인문학을 부할하는데는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국가가 필요한 예산을 늘리지 않고 있는데다 단기 정량적 평가에 치우쳐 인문학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어서다. 인문사회분야 관련 학술재단의 설립은 물론 예산확대 등이 필요하다는게 중론이지만 단기 성과에 좌우되는 사회적 평가 관행이 개선되지 않는한 인문학 할성하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문돌이', '문과충', '문레기'등 인문학 혐오 판친다

16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4년제 대학 인문계열 학과는 14.2%P 줄었으며, 자연계열은 11.9%P 상승했다. 박사학위 취득자 취업률도 공학계열은 87.3%에 달했지만 인문계열은 50.9%로 절반에 그쳤다. 이는 지난 10년간 4년제 대학에서 이뤄진 인문사회계열 학과 통폐합과 관련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학이 고등교육 인력을 육성한다는 대학 본연의 목표를 상실하고 취업율에 목매는 취업전담기관으로 전락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각 대학별 익명게시판에 '문돌이', '문과충', '문레기', '문송합니다' 등 인문학과 인문학 전공자들을 혐오하는 단어들이 넘쳐나는 것도 인문사회학의 위기를 말해주고 있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교육부가 최근 '인문사회 학술생태계 활성화 방안(2019~2022)'을 통해 올해 23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한 것도 이같은 인문사회학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이번 대책을 통해 교육부는 박사후 국내연수 과정이나 학술연구교수, 시간강사연구지원사업 등 기존 학문후속세대 연구지원사업은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 사업'으로 통합 개편한다. 연구자가 대학에 소속되지 않았거나 추천이 없어도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한국연구재단 차원에서 '인문사회연구자지원센터'(가칭)를 설치해 대학 소속이 없는 연구자들을 관리하기로 했다.

■인문학 학술재단 설립·예산 확대 필요

정부가 이처럼 대책을 내놓았지만 무너진 인문사회학 회복을 위해서는 아직 갈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우선 가장 필요한 것은 인문학과 관련한 학술전담 조직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2008년까지 ‘학술진흥재단’이 학술진흥 전담조직으로서 학술정책 기획, 사업 운영 등 교육부의 학술진흥정책을 지원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교육부와 과학기술부가 합쳐진 교육과학기술부가 출범하면서 학술진흥재단, 한국과학재단, 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이 통합된 ‘한국연구재단(이하 연구재단)’에서 과학기술 R&D와 함께 학술진흥사업 추진하게 됐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교과부는 교육부와 미래부(현 과기정통부)로 분리됐지만 한국연구재단은 미래부 소속으로 남았다. 현 연구재단은 합쳐진 조직임에도 인문사회학 지원과 관련한 부서는 전무하다.

특히 연구재단에서 과학기술 분야 사업 비중이 커지고 과학기술 중심으로 기관이 운영됨에 따라 이공 및 인문사회분야 간 지원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인문학 지원을 위한 새로운 재단 설립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인문사회학 활성화를 위한 예산 확대도 절실하다.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은 최근 5년간 연평균 2.1%씩 증가해왔다. 지난 2015년 18조9231억원이었던 국가 R&D예산은 올해 20조5328억원까지 확대됐다. 이같은 R&D예산의 확대 속에서 인문사회학에 대한 증가는 소폭에 그쳤다. 2015년 2972억원이었던 올해 인문사회학 R&D예산은 올해 3009억원이다. 5년새 불과 0.3%증가한 셈이다. 국가 R&D예산에서 최근 5년간 인문사회학의 비중은 1.5~1.6%에 불과하다.

특히 예산당국의 근시안적 태도가 이런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 장기적 투자가 필요한 인문사회학 투자 필요성에 대한 단기적 성과만을 고집하고 있어서다. 특히 성과평가와 관련해 정량적 평가가 가능한 과학기술분야와 정성적 평가가 필요한 인문사회분야를 동일시 하려 한다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인문사회학을 살리기 위한 학술진흥 계획은 국가 백년대계에 맞춘 장기 지속적 계획이어야 하며, 이를 위한 독립적 학술정책기구가 필요하다"며 "대학과 현장의 학자가 실질적 권한을 갖는 기구를 만들고 독립성을 보장해서 정치적 풍향에 흔들리지 않는 중장기적 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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