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키운 신발 하나, 열 브랜드 안 부럽다

뉴시스       2019.05.04 09:21   수정 : 2019.05.04 09:21기사원문
옷은 SPA에서 사입어도 신발엔 힘주는 게 트렌드 명품브랜드, 어글리슈즈 등 운동화 유행 이끌어 의류 집중하던 브랜드도 슈즈 사업 확대 계절 덜 타 브랜드 지속성장 유지에 큰 도움

【서울=뉴시스】이예슬 기자 = 이예슬 기자 = 장기불황에 시달리는 패션업계가 발에 주목하고 있다. 옷은 저렴한 브랜드를 입더라도 신발과 가방 등 잡화에 힘을 주는 패션소비 양극화가 두드러지고 있어서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스니커즈 시장이 커지면서 슈즈 사업을 하더라도 구두 상품에 집중했던 브랜드들이 앞다퉈 운동화를 내놓고 있다.

4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2009년 3조8676억원 규모였던 국내 신발 시장 규모는 지난해 6조원대까지 커졌다. 시장에서 운동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2010년 36.2%에서 2017년 50%대로 급증했다.

의류에 집중하던 브랜드들이 슈즈 라인을 새롭게 론칭하거나 사업 비중을 크게 확대하는 이유는 '패션의 완성은 신발'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의류는 패스트패션(SPA) 브랜드에서 무난한 제품을 구입하지만 비싸더라도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신발을 신는 것이 요즘 트렌드다.

LF의 경우 컨템포러리 여성복 브랜드에서도 신발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바네사브루노아떼는 올 봄·여름 시즌 슈즈 라인을 강화하고 김나영을 시즌 전속모델로 발탁하는 등 마케팅에도 힘쓰고 있다. 슬링백 뮬이나 로퍼 등은 물론 슬링백 스니커즈, 어글리스니커즈 등 다양한 아이템을 출시했다.

여름샌들의 강자라 할 수 있는 버켄스탁은 키즈라인을 론칭해 사업 규모를 키웠다. 아리조나, 지제, 리오 등 성인화 인기 모델이 아동화로 출시돼 부모와 자녀가 같은 디자인의 신발을 착용할 수 있도록 했다.

운동화가 대세로 떠오르게 된 데에는 해외명품들의 역할이 컸다. 못생기다못해 투박한 '어글리슈즈'의 원조격은 100만원대를 훌쩍 넘는 발렌시아가의 트리플S다. 삭스슈즈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자리잡은 것도 발렌시아가가 발목까지 올라오는 '스피드러너'를 내놓으면서다.

하이힐의 대명사로 불리는 크리스챤루부탱은 어글리슈즈 등 다양한 스니커즈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아티스트 훌리오 르 빠크에게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옵티컬 일루전 컬렉션이 대표 상품이다. 다채로운 빛깔의 스터드와 여러 색상을 조합한 컬러블록이 특징이다.

신발이 브랜드의 운명을 180도 바꿔놓기도 한다. 뉴트로(new+retro·새로운 복고) 흐름을 타고 어글리 슈즈가 전세계에서 각광을 받으면서 휠라는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어글리슈즈 트렌드에 자연스럽게 합류한 휠라는 '디스럽터2'를 선보인 이후 화려하게 부활했다. '바리케이트XT97' 등 차세대 어글리슈즈도 반응이 좋다.

비즈니스적 측면에서 접근해 보면 의류에 비해 비교적 계절을 덜 탄다는 점이 신발 사업의 강점이다.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은 최근 올해를 기점으로 신발 사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브랜드에서 신발이 차지하는 비중이 10%도 안 됐지만 올 들어 어글리슈즈에 기술력을 접목한 '버킷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신발의 비중이 30%대로 크게 뛰었다.
앞으로도 신발과 의류가 비슷한 수준에서 조화를 이루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게 브랜드 목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계절적 이슈가 있는 아이템은 브랜드의 지속성장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못 된다. 지난 겨울 시즌 롱패딩에 모든 역량을 집중한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쓴 맛을 봤다"며 "시즌에 구애 없는 신발 사업에 눈을 돌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ashley85@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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