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에서 발견한 음료 전용 쓰레기통, 이런 게 있었어?
파이낸셜뉴스
2019.06.29 11:00
수정 : 2019.06.29 11:00기사원문
얼마 전 지하철을 타러 가던 중 역 안에서 낯선 모양의 쓰레기통을 보게 됐습니다. 세면대처럼 생겼네, 이게 뭘까 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쓰레기통의 윗면에 '남은 음료수'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남은 음료수를 흘려보내는 쓰레기통인가 봅니다.
바깥에서 음료를 사먹다 보면 음료가 남아있는 컵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종종 있었는데, 음료 쓰레기통을 보니 참으로 반가웠습니다. 내친김에 이 음료 쓰레기통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더운 여름철, 갈증을 해소해주는 시원한 음료수. 하지만 카페 내부가 아닌 밖에서 음료를 먹다 보면 쓰레기 처리 때문에 '골칫덩이'가 되곤 합니다. 음료가 남아있는 컵을 무작정 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계속 손에 들고 다니자니 불편할 노릇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쓰레기통 위나 가장자리에 이 컵들을 두고 가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하루가 마무리되는 시간에 번화가나 공공장소의 쓰레기통을 지나다 보면 이 같은 광경을 쉽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컵이 그냥 놓여있기만 하면 괜찮은데, 간혹 너무 많은 컵이 쌓이다 보면 음료가 새어 나오거나 컵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음료 컵들은 지하철 미화원들에게도 달갑지 않은 존재입니다. 지하철 홍대입구역의 청소를 담당하는 미화원 A씨는 "이 시간대(오후 4시경)면 음료 컵이 어마어마하게 버려진다. 이를 일일이 분리해서 버리느라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손가락 마디마디가 다 아플 지경이다"라면서 "이렇게 먹다 남길 거면 처음부터 적은 양의 음료를 구입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음료 수거함'은 이 같은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고안된 쓰레기통입니다. 서울메트로환경의 박민영 담당자는 "시민들이 역사 내 일반 쓰레기통에 음료수가 담긴 컵을 많이 버리곤 한다. 때문에 음료가 흐르고 벌레가 꼬이는 등 청소 과정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쾌적한 역사를 위해 고민을 하다 이를 도입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음료 수거함은 영화관에 설치된 음료 쓰레기통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제작됐다고 합니다. 현재 신촌역, 서울역, 공덕역, 광화문역, 종로3가역 등 총 10개소에 모두 40개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서울 지하철 1~4호선의 청소를 맡고 있는 서울메트로환경이 이를 먼저 도입한 후 5~8호선을 담당하는 서울도시철도그린환경이 2차로 음료 수거함을 설치했습니다. 올 연말까지 시범 사업을 거쳐 확대 도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 "음료 수거함이라니, 그런 게 있었어요?"
음료 수거함은 실제로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요. 궁금한 마음에 음료 수거함이 설치된 역사를 직접 찾아 관찰해보기로 했습니다. 27일 오후 신촌역, 아이스커피 컵을 들고 있던 한 대학생이 음료 수거함을 발견하고 버리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대학생 정모(25·남)씨는 "근처에서 자취하며 통학하느라 이 역을 매일 지나는데 음료 수거함이 생겨 한결 편해졌다"면서 "음료 버릴 곳을 찾는 시민뿐만 아니라 청소하는 분들에게도 꼭 필요한 시설이 아닐까"라고 말했습니다. 신촌역에 설치된 다른 음료 수거함에도 시민들이 버리고 간 얼음의 흔적들이 남아있었습니다.
실제로 음료 수거함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음료와 컵을 따로 분리해 버리고 있어 미화원들의 청소도 수월해졌고 시민들도 쾌적하고 깔끔하다는 반응이 많다고 합니다. 박민영 담당자는 "시민들이 간혹 이물질을 투척하는 경우가 있다. 이물질이 끼면 음료가 잘 내려가지 않아 작업자들이 세면대 부분을 수시로 관리하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유동인구가 많은 역사에 음료 수거함이 설치됐음에도 이를 모르는 시민들이 훨씬 많다는 것은 조금 아쉬운 부분으로 남았습니다. 이날 신촌역을 찾은 한 시민에게 음료 수거함의 존재를 설명하자 "이런 게 언제부터 있었냐. 진작 알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박민영 담당자는 "아직까지 정식 도입 계획이 없다. 자체 홍보도 하고 있지 않다"면서 "서울교통공사에서 관련 내용을 홍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하철 내부 VCR에 음료 수거함 관련 내용이 설명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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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set@fnnews.com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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