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작가들, 페미니즘 논하다···테마소설집 '새벽의 방문자들'

뉴시스       2019.07.02 15:50   수정 : 2019.07.02 15:50기사원문

왼쪽부터 하유지, 김현, 김현진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2년 전 '현남 오빠에게' 출간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은 페미니즘 문제를 다룬 소설은 어느것 문학 장르가 됐다.

작가 하유지(36), 시인 김현(39), 작가 김현진(36)은 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테마소설집 '새벽의 방문자들'(다산책방)을 소개하면서 "페미니즘 문제는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새벽의 방문자들'은 '현남 오빠에게'의 후속작이다.

페미니즘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할 때 나온 '현남 오빠에게' 이후 2년 만에 기획된 이 책을 위해 20·30대 작가들이 펜을 들었다.

2018년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대상과 2019년 현대문학상을 받은 작가 박민정(34)의 최신작, 2018년 신동엽문학상 수상자이자 '질문 있습니다'로 문단 내 성폭력 문제를 촉발한 시인 김현의 소설, 데뷔작 '일의 기쁨과 슬픔'으로 소셜네트워킹서비스를 뒤흔든 작가 장류진(32)의 소설이 책에 실렸다.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수상한 작가 정지향(28), 생계밀착형 멜로드라마 '눈 깜짝할 사이 서른셋'의 작가 하유지, 88만원 세대 수필가 김현진의 소설도 실렸다. 이들 작가의 글들은 여전히 변하지 않은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한번쯤은 직간접적으로 겪거나 듣거나 봤을 법한 이야기들이다.

김현진 작가는 "대한민국 페미니즘이 어떤 길을 걸어 왔느냐는 질문에 대한민국 여성으로 말하자면, '현남 오빠에게' 이후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면서 "최근 열살짜리 여자아이 성폭행 사건, 언론에서 '골프녀' '요가녀' 등 '○○녀' 없이 이야기가 되지 않는 상황" 등을 지적했다.

책에 실린 소설 '누구세요?'를 쓴 김현진 작가는 "패미니즘 가부장적 사회를 타파하기 힘들다"며 "여자들은 남자들을 기본적으로 좋아하기 때문에 가부장적 사회를 타파하기 힘들다는 데 동의한다. 이 책이 이같은 현실에 균열을 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누구세요?'에서는 결혼을 꿈꾸며 함께 저축한 데이트 통장을 전 남친에게 털리고 정신도 혼미해진 '지윤'이 주인공이다. 지윤은 섹스만 밝히는 남자친구 재영과 직장상사의 성추행 때문에 사표를 냈다는 이유로 헤어진다. 실직과 실연을 동시에 맞이한 지윤은 월세 입금 독촉까지 받으며 덜컥 옆집 총각네 문을 열고 들어간다.

김현 시인도 "2년 후에도 현실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페미니즘 문제가) 전혀 사라지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현실은 그전과 달려지지 않았다"고 짚었다.

책에 실린 소설 '유미의 기분'을 쓴 김 시인은 "더불어 다양한 본인들의 지향과 운동성을 가지고 페미니즘 운동을 하는 집단과 무리가 많이 생겼다. 목적은 같아도 다른 형식을 보여주는 여러 페미니즘 운동들을 문학적으로 다시 호명할 이유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스쿨 미투에서 받은 인상을 토대로 썼다"며 "내 친구의 이야기가 모티브가 됐다. 그 친구는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20년이 지났지만 최근 스쿨미투가 터졌을 때 20년 전에도 선생님들이 그 짓을 그대로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20년 전에도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점, 20년간 변함이 없는 것을 소설 등 문화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출처=뉴시스/NEWSIS)
'유미의 기분'은 교사들의 추행을 고발하려고 학교 복도에 붙임쪽지를 다는 유미의 이야기다. 주인공 형석은 동성애자라는 '이반'의 신분을 숨기고 일반인처럼 생활하는 학교교사다. 수업 시간 학생들과 드라마 얘기를 하다 별 생각 없이 던진 "여자는 꼬리가 아홉이라서 꼬리를 잘 친다"는 말에 분개한 여학생 유미 때문에 형석의 고민은 깊어진다.

작가 하유지는 페미니즘의 일상화를 짚었다. 책에 실린 소설 '룰루와 랄라'를 쓴 계기에 대해 "페미니즘은 일시적 운동이나 주의라기보다 일상 속에서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라고 생각했다"며 "페미니즘이 태도가 아니냐는 말에 굉장히 공감했다. 패미니즘이란 세상을 바라고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라서 3~5년 지나도 언제든 상황에 맞게 다시 이야기할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페미니즘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됐다"며 "페미니즘이 여성에 대한 이해와 여성을 위한 연대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주변에서 당장이라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평범한 사람들을 통해서 여성과 여성뿐 아니라 더 나아가 여성과 남성들의 연대를 다루고 싶었다. 연대 관점에서 이 소설을 썼다"고 전했다.

'룰루와 랄라'는 무례하고 어린 남자 상사에게 한 방 먹이고 자발적으로 공장을 그만두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1인칭 소설이다. 예비신랑 '겸'과 살면서 생활비를 벌려고 혈당계 공장에 취업한 주인공이 직장에서의 부당한 처우와 그 상황에 자신의 예상과 다르게 대처하는 겸을 바라보는 시선을 담았다.

장류진 작가는 눈먼 섹스를 하려고 찾아온 남자들의 얼굴을 캡처하는 '여자'의 이야기인 소설 '새벽의 방문자들'을 썼다. 포털사이트 회사에서 음란성 문구 블라인드 처리 업무를 하는 여자 주인공은 남자 친구와 이별 후 낡은 오피스텔로 이사해 생활한다. 어느 날부터 새벽마다 수상한 남자들이 이 여성의 오피스텔 초인종을 누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정지향 작가의 소설 '베이비 그루피'는 예술고등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하는 주인공과 '초'의 일탈기다. 주인공과 초는 라이브 클럽에서 밴드 멤버 K와 P를 만난다. 이후 초는 학교에 나오지 않다가 갑자기 전학을 간다. 주인공은 P와 깊은 관계가 됐지만, 오래지 않아 끝난다. 대학에서 우연히 만난 주인공과 초는 과거를 회상하지만, 이는 좋지 않은 기억이다.

박민정 작가는 소설 '예의 바른 악당'에서 정치적 올바름을 주장하느라 인간에 대한 예의를 상실한 애인과 친구를 떠나보내는 여성을 이야기한다.
주인공 '보라'는 함께 사는 친구 '지나'에게서 느껴지는 미묘한 감정 때문에 보편적 생활 자체가 거부당하는 상황을 맞는다. 보라는 지나의 오피스텔에 얹혀살며 함께 선거운동 아르바이트를 한다. 보라와 지나의 관계는 보라의 남자 친구였던 '선배'와 지나 사이의 태도 때문에 꼬이기 시작한다.

suejeeq@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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