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바뀐 카뱅, 벤처캐피털이 되어달라
2019.07.24 17:12
수정 : 2019.07.24 17:12기사원문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혁신성장에서 인터넷은행은 가장 돋보이는 성과물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혁신기업에 한해 인터넷은행의 문호를 넓혀줄 것을 촉구했다. 이때 19세기 영국의 붉은깃발법 이야기도 했다. 대통령이 호소하자 국회도 빠르게 움직였다. 그 결과 특례법은 속전속결 10월에 통과됐고, 올해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카뱅은 오는 27일 출범 2주년을 맞는다. 지난 2년을 돌아보면 카뱅은 보수적인 은행권에서 메기 역할을 잘 하고 있다. 가입자는 1000만명(7월11일 기준)을 넘어섰다. 6월말 기준 수신은 17조원, 여신은 11조원대로 커졌다. 아직 초대형 시중은행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성장 속도를 보면 은행권에 긴장을 불어넣기에 충분하다. 이제 카카오가 최대주주로 올라선 만큼 한층 공격적인 마케팅이 예상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엔 플랫폼을 장악한 기업이 왕이다. 국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장에서 카톡의 힘은 절대적이다. 경쟁 은행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최대주주 카카오에 당부한다. 예대마진으로 손쉽게 돈 벌 생각을 해선 안 된다. 한국을 대표하는 IT 기업답게 금융 혁신에 앞장서달라. 무엇보다 카뱅은 벤처캐피털리스트가 돼야 한다.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더불어민주당 의원)는 "주인이 없는 한국 금융은 핀테크 혁명에 굼뜨게 적응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규모는 작지만 주인 있는 인터넷은행이 금융혁신을 앞당기고, 기술벤처에 대한 투자 금융을 선도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구직 대신 창직하라').
박근혜정부 때 금융위는 은행 팔을 비틀어 기술금융을 독촉했다. 문재인정부는 혁신금융을 강조한다. 그러나 실적은 영 시원찮다. 기존 은행은 부동산을 담보로 잡고 예대마진으로 수익을 올리는 구조에 익숙하다. 첨단기술을 평가할 능력도 부족하다. 이들이 못 하는 일을 인터넷은행이 해야 한다. 단순 융자가 아닌 투자금융이 바로 그것이다. 카뱅이 투자금융의 맨 앞에 서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