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실 땐 시원하고, 버릴 땐 나몰라라? 도심 쓰레기통 점령한 '음료컵'

파이낸셜뉴스       2019.08.03 10:29   수정 : 2019.08.03 10:29기사원문



<편집자주> 자신의 행위에 대해 옳고 그름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 당신의 '양심'은 어디쯤에 있나요?

무더운 여름, 가장 많이 찾게 되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시원한 얼음이 담긴 음료일 것입니다. 가뭄의 단비처럼 촉촉하게 목을 적셔주는 이 음료들이 때로는 골칫덩이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길가나 지하철역에 놓인 쓰레기통을 한 번만 들여다보면 답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쓰레기통 주변에 '나 음료수 사먹었어요'라고 자랑하듯 놓여 있는 가지각색의 음료컵들입니다.

음료를 구입해 마신 뒤 남은 음료와 컵을 분리해서 버리지 않고 쓰레기통 위에 그냥 두고 간 것들입니다. 차라리 이처럼 쓰레기통 위에 올려두고 간다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때로는 음료와 얼음이 그대로 남아있는 컵을 쓰레기통 안에 던져 넣고 가는 진짜 '비양심'도 있습니다.

■ 바로 옆에 '1회용 컵 수거함' 있는데도..



찌는 듯이 더웠던 7월의 어느 날,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곳에 놓인 쓰레기통을 찾아가 봤습니다.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내부에 놓인 쓰레기통 위에는 사람들이 먹다 그냥 두고 간 음료컵들이 놓여 있었습니다. 신촌의 버스정류장 주변 쓰레기통 위에서도 내용물이 남은 채 버려진 음료컵을 다수 발견했습니다. 퇴근시간, 6호선 합정역을 지나며 목격한 광경도 비슷했습니다.



번화가가 아닌 곳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퇴근 시간을 조금 앞둔 여의도의 한 거리, 쓰레기통 위에 놓인 음료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1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음료컵을 따로 분리해 버릴 수 있는 '1회용 컵 전용 수거함'이 설치되어 있는데도 말이죠.



취재 과정에서 쓰레기통이 아닌 곳에도 이 음료컵들이 무단으로 버려진다는 사실을 알고 씁쓸해졌습니다. 비가 제법 내리던 날이었지만 지하철역 계단 위, 소화전 위, 그리고 길거리 한복판에 버려져 있는 음료컵들이 쉽게 눈에 띄었습니다.

■ 버리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

사람들은 왜 음료컵을 이런 식으로 그냥 두고 가는 걸까요? 시민들의 이야기도 한번 들어봤습니다. 취재 중 만난 최모(30·여)씨는 "보기는 싫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여름철에 종종 테이크아웃 음료를 사 먹는 편인데, 남은 음료를 처리할 곳이 마땅히 없을 때 쓰레기통 위에 놓고 가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모(26·여)씨는 "음료수를 사서 마시는 것만 신경 썼지, 어떻게 버려지는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이렇게 많이 쌓이면 흉물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무심코 놓아두고 간 적이 있다"고 솔직히 밝혔습니다.

대학생 안모(24·남)씨는 "학교와 학교 근처에서도 이렇게 버려지는 컵들을 많이 봤다"면서 "사람들이 음료를 남기지 않는다거나, 남은 음료를 버린 후 쓰레기통에 넣는다면 그나마 나을텐데.."라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남겨진 음료컵을 일일이 분리해 치우는 것은 모두 미화원의 몫입니다. 홍대입구역의 청소를 담당하는 미화원 A씨는 "음료가 남아있는 채로 버려지는 컵이 굉장히 많다. 우리(미화원)가 이를 직접 분리해 음료와 음료컵을 따로 처리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A씨가 밀고 가던 작업대에는 플라스틱 재질인 음료컵을 따로 분리한 쓰레기통, 남은 음료를 모아둔 수거함이 있었습니다.


그는 많은 음료컵들이 버려진 쓰레기통을 보여주며 "이게 다 방금 나온 음료컵들이다. 버려지는 컵들이 많아 시간도 오래 걸리고, 처리하다 보면 손가락 마디마디가 다 아프다"라고 호소했습니다. A씨는 "음료를 이렇게 남길 거면 차라리 처음부터 적은 양의 음료를 구입하면 좋지 않나. 기사가 나가고 나서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도 바뀌었으면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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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set@fnnews.com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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