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열치열' 무쇠 녹이는 대장간…"폭염에도 망치질은 계속한다"

뉴시스       2019.08.08 11:49   수정 : 2019.08.08 11:49기사원문

【경산=뉴시스】우종록 기자 = 대구지역 폭염경보가 발효된 8일 오전 경북 경산시 삼복동 안성공업사 대장간에서 대표 안두성씨가 호미, 낫 등 농기구 연장을 만들고 있다. 2019.08.08.wjr@newsis.com
【대구=뉴시스】배소영 기자 = "화덕 앞에서 시뻘겋게 단 쇳덩이를 두들기면 온몸이 땀으로 목욕을 해요."

폭염경보가 내려진 8일 오전 경북 경산시 삼북동의 한 대장간. 이 대장간의 주인 안두성(77)씨는 "평생을 해온 일인 데다가 어느 정도 더위에 내성이 생겨 여름에도 버틸 만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안씨가 화덕에 갈탄을 집어넣자 1200도에 가까운 화염이 치솟았다.

뜨거운 열기에 땀이 비 오듯 흘렀지만 쇠를 다듬는 안씨의 손놀림에는 쉼이 없었다.

안씨는 시뻘겋게 달궈진 호미 날을 모루 위에 올려놓고 망치로 두들겨 모양을 잡은 뒤 다시 화덕에 넣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요즘 같은 폭염에도 안씨는 긴 옷을 입을 수밖에 없다. 쇠를 녹여 자르고 두드리는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안씨는 "쇳물이 몸으로 튈 수 있어 안전상의 문제로 항상 긴소매에 긴바지를 착용한다"고 했다.

대장간에서 안씨의 더위를 식혀주는 건 낡은 선풍기 두 대가 전부였다.

안씨는 "한낮 더위를 피해 새벽에 나와 주로 작업을 한다"면서 "자녀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나이를 먹고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라고 했다.

【경산=뉴시스】우종록 기자 = 대구지역 폭염특보가 발효된 8일 오전 경북 경산시 삼복동 안성공업사 대장간에서 대표 안두성씨가 호미, 낫 등 농기구 연장을 만들고 있다. 2019.08.08.wjr@newsis.com


안씨가 군대를 전역한 뒤 오늘에 이르기까지 52년째 운영하고 있는 대장간은 2대째 이어온 가업이다. 6남매의 맏이로 태어난 안씨는 자연스럽게 아버지의 가업을 잇게 됐다.

이 대장간에선 호미와 낫, 괭이와 같은 농기구를 주로 만든다. 작업 시간을 줄이기 위해 기계를 사용하는 대장간도 있지만 이곳에선 처음부터 끝까지 안씨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사실 대장간은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농기구 생산이 자동화되고 싼값에 들어오는 중국산에 밀려 대부분의 대장간은 문을 닫았다. 안씨의 대장간은 경산에 남은 마지막 대장간이다.


농기구를 만드는 안씨의 야무진 솜씨에 일부러 대장간을 찾는 단골손님도 꽤 있다.

안씨는 "직접 농기구를 만들기 때문에 대량으로 찍어내는 공장 제품과는 비교가 안 된다"면서 "일부러 청도에서 경산까지 농기구를 사러 오는 손님을 볼 때 대장장이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안씨는 '언제까지 대장간을 운영할 거냐'는 물음에 "경기가 예전만 하진 못하지만 한평생을 이어온 망치질은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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