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법인이 직장갑질…수습 50% "계약서 없어"
뉴시스
2019.08.27 07:00
수정 : 2019.08.27 07:00기사원문
수습노무사 모임, '2019 직장갑질 실태조사 보고' "근로계약서 안쓰고 일해" 50%·"최저임금↓" 27% "폭언" 12%·"시간외수당 없어" 53%·"성희롱" 2.8% 수습노무사들, 이미 블랙·화이트리스트 공유까지 공인노무사회 "보고서 검토…여러 방안 고민 중"
27일 수습 공인노무사들의 모임 '노동자들의 벗'(노벗)에서 조사한 '2019 수습노무사 직장갑질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수습노무사 50%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간외 수당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53.2%에 달했으며 법정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 경우도 26.9%로 4분의1을 넘겼다.
노벗에 따르면 수습기간 6개월 동안 야근과 추가근무를 수없이 반복했으나 불과 100만원을 받은 수습 노무사도 있었다.
이에 대해 해당 법인 측은 "너희는 전문직이기 때문에 근로자가 아니다", ''교육생 신분으로 배우러 온 것 아니냐", "여기는 다른 법인과 달리 영어실력도 키울 수 있다" 등의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과도한 업무지시는 노무법인도 여타 직장과 다르지 않았다.
수습노무사들 32.8%가 연차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카카오톡 등으로 시간 외 업무지시를 받은 이들은 20.2%, 상사로부터 반복적으로 업무를 전가·강요받은 이들은 18.4%였다. 조기 출근이나 야근을 강요받은 이들도 15.2% 있었다.
선배 노무사로부터 폭언과 폭력, 성희롱 등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하직원을 무시하거나 비아냥거리는 말을 한다"는 질문에 '그렇다' 혹은 '매우 그렇다'고 답변한 응답자의 비율은 21.5%를 기록했다. "상사가 업무를 지시하면서 위협적인 말이나 폭언을 한다"는 문항에도 12%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또 2.8%로 소수이긴 하나 '성희롱을 당했다'고 답한 수습 노무사들도 있었다.
이에 대해 신입노무사 A씨는 "본격적인 노무사 활동에 필요한 '직무개시등록'을 하려면 수습을 받는 것이 필수여서 수습노무사들은 어떻게 해서든 법인에 들어가야 한다"면서 "초반에는 조건 따져가면서 골라가려고 하지만, 점점 조여오는 압박 때문에 불러주는 곳이라면 무조건 가야하는 시점이 온다"고 말했다.
또 "대표노무사와 분쟁으로 노동청에 진정을 넣었다는 소문이 돌게 되면 수습 노무사 입장에서 좋을 것이 없다"면서 "진정은 결국 관할노동청 근로감독관이 담당하게 되는데, 이들은 노무사와 업무 공조가 많은 직군이라 경력이 많은 대표노무사를 상대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다른 신입노무사 B씨는 "노동법률 전문가이기에 불법인 것은 법인도 수습노무사도 다 알지만 업계가 좁다보니 잘못 찍히면 살아남기가 힘들다"면서 "실제 진정 등 법적조치를 시도했으나 직접 제기하겠다는 인원은 3명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노벗에 따르면 해당 실태조사가 착수되기 전 수습노무사들은 자체적으로 블랙·화이트리스트까지 만들어 '갑질 법인'을 가려내고 있었다.
블랙·화이트 리스트는 직전 기수 신입노무사들이 노무법인별로 ▲근로계약서 작성 ▲최저임금 지급 ▲연장수당 등 가산수당 지급 ▲연차휴가 여부 ▲기타 업무나 대표·상사에 관한 정보 등을 정리해 다음 기수에게 공유하는 문서다.
다만 이 리스트는 주관적 평가가 많고 전반적인 수습 노무사들의 근로조건을 보여줄 수는 없으며, 일부 노무법인이 사실과 관계없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노벗 측의 보고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공인노무사회는 해당 보고서를 검토하며 수습노무사들의 처우 문제 개선을 위해 해결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소민안 공인노무사회 부회장은 "아직 구체적인 해결방안은 나오지 않았으나 연수교육 규정 개정을 두고 여러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있다"면서, "올해 일부 수습노무사들을 위해 노무사회 차원에서 '개업학교'라는 직무교육을 시도했다. 처우개선을 위해 처음 시작한 제도적 보완으로 이와 같은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gahye_k@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