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 아닌 변화ing" '런닝맨' PD가 밝힌 9주년과 미래(종합)

뉴스1       2019.09.04 12:11   수정 : 2019.09.04 12:11기사원문

런닝맨 출연진/뉴스1 © News1


'런닝맨' 제공 © 뉴스1


런닝맨 출연진2019.8.26/뉴스1 © News1


SBS '런닝맨' 정철민PD /SBS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지난 2010년 7월11일 처음 방송된 '런닝맨'은 게임을 접목한 야외 버라이어티 장르로 한국을 넘어 아시아권에서 폭발적인 사랑을 받아왔다. 추격전, 이름표 떼기라는 핵심 코너를 넘어 다양한 게임과 캐릭터쇼로 장수 예능으로 자리잡았다. '런닝맨' 멤버들은 지난 8월 첫 국내 팬미팅 '런닝구 프로젝트'를 열고 9주년을 화려하게 기념했다.

지난 2010년 SBS에 입사해 '런닝맨'과 '미추리' 등을 연출한 정철민 PD는 4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런닝맨' 방송 9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9년의 소회와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언급했다.

다음은 정철민 PD와의 일문일답.

-'런닝구' 프로젝트를 마친 소감은.

▶아직도 멤버들과 연락을 주고 받는다. 끝나면 여운이 많이 남을 것 같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팬미팅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유재석형도 우리가 이렇게까지 할 줄 몰랐다라고 하고 쉰 네 살인 지석진형도 이 모든 안무를 다 소화했다. 이런 결말을 예상하고 했다. 처음에는 힘들고 왜 이걸 해야 할까 의심도 했는데 끝나고 나서 너무 뿌듯하고 여운이 길다. 미래에 우리가 이런 것도 했다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제 새벽까지 멤버들과 통화하고 벅차오르는 감정을 나눴다.

-9주년 특집이 팬미팅이어야 했던 이유는

▶9주년 정도 지났을 때 우리가 전체 다 합쳐서 뭔가를 다 만들어본 적이 있나 싶었다. 그러던 와중에 해외 팬미팅 영상을 봤다. 멤버들끼리 호흡을 맞추는 모습이 좋아보이더라. 해외 팬미팅은 커버곡을 하는 수준이라 연습량이 많지는 않았는데, '패밀리'라는 것이 함께 하는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9주년을 맞아 서로 더 진솔된 사이가 됐으면 하는 생각으로 준비했다.

-왜 9주년인가.

▶SBS 예능 역사상 10년을 넘어간 프로그램이 없다. 멤버들과 우스개소리를 하다가 10년은 잘 모르겠으니까 해보자고 했다.9년보다 '지금' 해보자는 생각으로 했다. 멤버들이 다 정말 잘 도와줘서 고맙다. 2010년 입사해서 '런닝맨' PD로 연출을 하고 있는데 멤버들 덕분에 계속 하고 있다. 노래, 안무 모두 어려운데 스케줄을 빼서 다들 임해줬다.

-팬미팅까지 열 수 있는 인기 비결은.

▶그 전에는 멤버들이 캐릭터적인 사람이었다면 내가 맡고 있는 '런닝맨'은 인간 유재석, 인간 송지효, 인간 지석진 등이 보였으면 했다. 멤버들이 리얼하게 하는 것을 최대한 살리고 싶었던 것이 내가 오래 본 이 멤버들이 인간적으로 괜찮은 사람이어서 그렇다. 배려심 깊고 약자를 보호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이런 코어한 팬들을 가진 이유는, 멤버들이 좋은 사람들이다. 사고도 안 치고 팬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다. 방송적으로 실망스럽고 아이템이 별로여도 멤버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애정은 컸다. 멤버들의 성품과 프로페셔널한 자세가 좋은 것 같다.

-이번 '런닝구' 팬미팅은 방송에 어떻게 담기나.

▶음원수익 기부할 것이니까 편하게 하라는데 하다 보니 멤버들끼리 경쟁이 돼서 녹음도 수없이 했다. 팬미팅에 와준 팬들의 반응 중에 곡퀄리티가 좋다는 반응이 많다. 군무도 좋았고, 무대가 허름하지 않았다. 미친듯이 노력한 사람들의 땀이 보인다. 어서 방송을 통해 보여드리고 음원 공개 후에 수익도 기부하고 싶다. 국내외에서 받는 사랑에 보답하고 싶다. 자기들끼리 낄낄 대고 게임만 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꾸준히 변화하는 프로그램이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 올해 제 목표는 그런 런닝맨을 보여드리는 것이다.

-SBS 프로그램 중에서 9주년을 넘은 프로그램이 없어서 '런닝맨'이 특별할 것 같다.

▶게임 버라이어티이다 보니 확장에 한계를 느낀다. 게임을 하고 낄낄 대는 것이 트렌디하지 않다는 이야기도 한다. 초창기 조효진PD와 함께 막내 조연출로 임할 때와 지금 '런닝맨'은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 초능력자 캐릭터, 상황극이 큰 인기를 얻었지만 어느 순간 '초딩맨' 이미지도 나오고 '주작맨'(조작) 이미지가 생겼다. 내가 연출을 맡으면서 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시간이 쌓이니까 내 연출 스타일에 대한 긍정적, 부정적 반응이 모두 나온다. 해외 벌칙, 팬미팅, 버라이어티 다 했는데 앞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얘기도 나눈다. '런닝맨'스러움과 '런닝맨' 스럽지 않음 사이에서 조율하려고 한다. 일단 난 '런닝맨'을 1도 안 본다는 사람들을 보게 하려고 많은 노력을 한다. 가끔은 끔찍한 혼종을 내놓을 때도 있겠지만 많은 것을 시도하면서 변화를 하려고 한다.

-9년간 가장 큰 위기는 무엇이었고 어떻게 타개했나.

▶개리형이 나간다고 결심했을 때 였던 것 같다. 시청률이 한 자릿수가 되고 5% 아래로 떨어졌을 때다. 멤버들도 어떻게 가야 할지 혼란스러워 했다. 모두가 힘들어 했던 시기다. '이름표 떼기'라는 핵심적인 코너가 있었는데 그 코너를 할 때마다 시청률이 떨어지기 시작한 거다. 뚜렷하게 뭘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던 시기다. 개리형도 나가야 할 것 같다고 했을 때 어떻게든 설득을 하려고 했으나, 형의 인생관과 계획이 있어서 결과적으로는 하차했다. 그 위기를 어떻게 타개해야 할까 고민이 컸다. 조직이 '디프레스' 되는 느낌, 이대로 끝날 거라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포기를 모르는 MC유재석이 나를 많이 믿어줘서 계속 갔다. 이후 새 멤버 전소민 양세찬이 합류했을 때 멤버들이 많이 챙겨주고 자리잡게 해줬다. 모든 멤버들이 그 위기를 넘기게 만든 것 같다. 개리형이 없는 '런닝맨'도 나름의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이 됐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템 선정 기준은.

▶연출할 때 이걸 왜 하는 지, 웃음포인트가 있는 지를 체크한다. 내가 진지한 상황을 만들어버리고 연예인들이 웃기길 바라는 건 욕심이다. 멤버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내 임무다. '스파이는 누굴까' 포맷, '광복절 특집'은 구성에 대한 궁금증으로 꾸며졌다. 멤버들끼리 낄낄 대고 놀다가 보면 시청자들은 '자기들만 신났다'고 생각하고 채널을 돌린다. 왜 이런 프로젝트를 하는지 고민을 한다. 나는 '무한도전'의 팬이었다. 명확한 목표가 있고 대중적인 관심도 건드리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우리의 시작은 그렇지 않았기에, 굉장히 사회적인 이슈를 많이 건드릴 수는 없다. 기존의 런닝맨 스러움을 유지하면서 '이런 것도 시도해?'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

-오래 호흡한 멤버들은 어떤 사람인가.

▶유재석은 너무 고마운 형이다. 내가 학생 때도 언론고시 준비생일 때도 스타MC였다. 내가 되게 어린 연차의 메인PD를 맡을 때 부족한 모습이 있을 텐데 믿어두고 응원해줬다. 그러면서도 내가 못 보는 걸 얘기해주시기도 하고 때로는 진심 어린 충고나 걱정을 많이 이야기해줬다. 내가 뭘 하고 싶다고 하면 응원도 계속 했다. 방송 외적으로도 내겐 없어서는 안 될 아군이다. '미추리'하면서 그걸 확인했다. 내가 인복이 있다는 생각이다.

-새롭게 투입된 막내 전소민, 양세찬은.

▶그동안 (이)광수가 오래도록 막내였다. 이번에 새로운 막내들이 들어왔는데 더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친구들이 생겼다. (전)소민은 방송 캐릭터 그대로다. 막내딸 같은 친구다. (양)세찬이는 철 든 동생이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이 챙긴다. 분위기 더 좋아졌다. 방송적으로도 그 외적으로도 자기 몫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런닝구' 프로젝트가 계속 이어지는지. 10주년 계획은 있는지.

▶'런닝구'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이걸 다시 하면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할 것도 너무 많고 일을 세 배로 하는 기분이었다. 몸도 망가지고 사람도 날카로워 지더라. (웃음) 좋은 취지로 시작한 일이 왜 모두를 괴롭히나 싶더라. 그런데 끝나고 나니 쾌감이 있다. 더 큰 팬미팅을 한다고 하면 멤버들이 나를 어떻게 할지 모르고, 아직 계획도 없다.
10주년은 어떤 분이 연출할 지 또 국내상황이 어떨 지 모른다. 변수들이 있어서 10주년에 대해서는 계획을 안 세우고 있다. 그 시점이 됐을 때 멤버들과 회의를 해서 정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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