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져버릴 꽃이 되긴 싫어" AOA, 페미니즘 아이콘 되나

파이낸셜뉴스       2019.09.14 09:35   수정 : 2019.09.14 10:28기사원문



"나는 져버릴 꽃이 되긴 싫어. I’m the tree.(나는 나무)"

노래 ‘너나 해’ 커버 무대에서 AOA 리더이자 래퍼인 지민은 스스로를 ‘꽃’이 아닌 ‘나무’라고 선언한다. ‘여성=꽃’으로 여성을 성적 대상화, 타자화하는 시선에 대한 경고인 셈이다. 이 무대를 본 많은 여성들은 AOA가 페미니즘적 행보를 본격 선보였다며 환호하고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AOA는 지난 12일 엠넷에서 방영된 여성 그룹 경연 프로그램 ‘퀸덤’에서 마마무의 ‘너나 해’ 커버 무대를 펼쳤다. AOA는 몸매가 노출되는 복장이 아닌 검은색 정장을 입고 나왔고 오히려 남자 댄서들이 여장을 한 채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나오는 ‘드래그 퀸’을 선보였다. 이에 여성 그룹을 향한 성적 대상화와 전통적 성 고정관념을 뒤집은 무대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특히 여성 시청자들이 열광했다. 영상이 올라온 네이버TV의 해당 영상 페이지에 달린 댓글 5400여개 중 89%를 여성이 작성했다.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한 네티즌은 “여성 연예인을 아무렇지 않게 성적대상화하는 사회에 던지는 물음, 분명히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며 “그 변화의 선두에 AOA가 있다. 너무 멋지다”고 극찬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여(아이)돌에게 요구되는 애교 넘치는 윙크나 발랄한 웃음이 아니라 내면에서 나오는 당당한 웃음과 완벽한 무표정으로 끝맺은 미친 엔딩”이라며 “여돌만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여성에게 당연히 요구되는 상냥함까지 흔들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호평에 AOA 멤버들도 즐거워하는 분위기다. 지민은 네이버 브이라이브에 출연해 이번 무대에 대한 댓글들을 보고 “우리 이제 성공한다”며 기뻐했고, 설현도 “언니 이렇게 사람들 반응 좋은거 적응 안되지 않아? 이렇게 사람들이 좋게 봐주시는 건 거의 정말 처음”이라고 환호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AOA는 섹시 콘셉트로 남성 팬덤이 강했던 여아이돌 그룹이었다. 특히 설현은 SK텔레콤 광고 모델로 발탁돼 늘씬한 뒷모습으로 손짓하는 등신대 광고가 대박이 나면서 청순하면서도 섹시한, 매혹적인 아이콘이 됐다. 하지만 AOA도 연차가 쌓이고 페미니즘을 접하게 되면서 성적대상화에 대한 문제 인식을 하게 된 것이다.



설현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아직은 공부하는 단계지만 여성에 관한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생겼다”고 밝히자 남성 네티즌들은 “역사 공부나 해”라고 빈정대는 댓글을 남긴 바 있다. 다른 AOA 멤버 유나도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있다며 인증사진도 올린 뒤 tvN ‘차이나는 클라스’에 출연해 “페미니즘편을 재미있게 봤다”고 말했다.

설현의 경우 좀 더 적극적이 된 모습이다. 설현은 지난해 12월 GQ와 인터뷰에서 “데뷔 초 신체 일부분만 집요하게 확대한 ‘움짤’이라든지 말할 수 없는 것도 되게 많았다”면서 “우리와 지금 활동하는 친구들이 다시는 그런 일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바꿔나가고 싶다”고 언급했다.


이에 여성 네티즌들은 “설현, 유나는 이미 남성들에게 페미니즘 관련 발언과 행보로 괴롭힘을 당한 바 있다. 그럼에도 숨거나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이번 무대를 꾸렸다”며 AOA를 극찬했다. 다만 남성 네티즌들은 AOA가 페미니즘만 내세우면 소비해주는 사람들을 노린 이른바 페미코인을 겨냥한 것 아니냐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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