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감독 "박정민→정해인 신선 조합, 앙상블 만들고 싶었죠"(인터뷰)
뉴스1
2019.12.19 11:01
수정 : 2019.12.19 11:01기사원문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2008년 단편영화 '잔(殘)소리'로 제29회 청룡영화제 단편영화상, 제45회 대종상영화제 최우수단편영화상을 받은 최정열 감독이 첫 장편영화 '글로리데이'(2016)에 이어 '시동'을 선보였다. 최정열 감독은 무턱대고 가출한 택일이 장풍반점에서 성장하고, 다시 새로운 출발을 위해 '시동'을 건다는 내용을 담아 출발을 앞둔 사람들에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최정열 감독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로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뉴스1과 만나 영화 '시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시동'은 정체불명 단발머리 주방장 거석이형(마동석 분)을 만난 어설픈 반항아 택일(박정민 분)과 무작정 사회로 뛰어든 의욕충만 반항아 상필(정해인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조금산 작가가 쓴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이날 최정열 감독은 "배우들이 외적으로 다양한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영화라 그동안 보여주지 못한 모습들을 '시동'에서 보여줘서 너무 좋았다. 만족스러웠다. 촬영하는 내내 배우분들과 굉장히 즐겁게 작업했다"고 운을 뗐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것에 대해선 "원작은 영화보다 더 건조하고 어두운 면이 있어서 영화로 만들면서 친숙하게 느껴지길 바랐다. 호감이 생겼으면 좋겠다 싶었고, 캐릭터들도 더 사랑스럽게 느껴지게 하려고 만들었다. 그래서 원작과 캐릭터가 많이 바뀐 부분도 있다. 캐릭터가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만큼 가장 신경을 많이 썼다. 이 인물들이 영화 안에서 보일 때 불쌍하거나 연민의 감정이 들지 않게끔 노력했다"며 "그래서 대사도 많이 부드럽게 수정했다. 티키타카 하는 모습 등을 통해 앙상블을 만들고 싶었고, 캐릭터들의 삶 자체가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극을 이끌어 나가는 박정민은 무작정 집을 나와 우연히 찾은 장풍반점에서 상상도 못 한 이들과 만나게 되는 택일 역을 맡았다. 10대 반항아의 전형적인 모습을 스크린으로 옮겨, 탈색머리와 거친 말투, 화려한 장식의 점퍼를 입은 모습으로 변신했다. 최정열 감독은 "이전에도 에너지를 가진 역할을 보여줬지만, 이번에는 뭔가 해내야 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굉장히 자유로운 느낌을 성취하고 싶은 역할이었다. 박정민 배우님이 가진 특유의 사랑스러움을 택일에 녹이고 싶었다. 택일이 불만이 많고 삐딱한데, 오히려 엄마에게 서툴고,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모르는 그런 캐릭터였다. 그래서 전형적인 나쁜 반항아의 모습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정해인 역시 10대 반항아이자 택일의 '절친'으로 분했다. 전작 '밥 잘 사주는 예쁜누나' '봄밤' 등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이었다. 정해인이 분한 상필은 빨리 사회로 나가 돈을 벌고 싶은 의욕이 충만한 캐릭터다. 이에 대해 최정열 감독은 "정해인 배우님이 센 역을 보여주는 게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상필은 캐릭터 자체가 서서히 나쁜 길로 빠져드는데, 이걸 정해인이 하면 정말 재밌겠다 싶더라. 나쁜 길로 빠져들 때, 관객들이 이 모습을 보면서 '저 길은 안 되는데' 이런 마음이 들게끔 해야 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왔을 때 안도감이 느껴지길 바랐고. 그걸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였다.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특히 영화는 '거석이형'으로 분한 마동석의 독보적인 비주얼로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단발머리에 핑크색 티셔츠를 입은 마동석의 모습에 기대감이 높아지기도 했던 터. 최정열 감독은 "단발이 단순히 희화화돼서 웃기기만 할까 봐 걱정도 했다. 기대도 있고, 걱정도 했는데 마동석 배우님이 가발을 쓰고 나오는 순간 모든 걱정이 사라졌다. 생각보다 정말 잘 어울리셨고, 그냥 거석이형의 비주얼 그 자체였다. 배우님도 기대를 하고 계셨는데, 가발을 쓰고 흡족해하시더라. 캐릭터에 녹아들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빨간색 쇼트커트 머리의 서경주로 분해 강렬한 등장을 알린 신예 최성은에 대해 최정열 감독은 극찬을 거듭했다. "정말, 정말 좋은 배우다. 이번 영화를 통해 세상에 최초로 공개되는 배우다. 경주 역에 신인을 캐스팅한 건, 택일이 군산으로 갔을 때 낯선 공간이라는 걸 더 살리고 싶었다. 그리고 눈빛이 정말 중요한 역할이다. 오디션을 진짜 많이 봤는데, 오디션 영상을 보는 순간 바로 눈길이 갔다. 흡입력이 대단하더라. 서경주를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복싱이나 액션을 많이 소화해야 해서, 몸을 써야 하는 테스트를 많이 거쳤다. 매일 복싱을 배우고, 액션스쿨 다니고, 달리는 자세도 매일 보면서 수정했다. 정말 힘든 과정이었을 텐데, 묵묵하게 견뎌줘서 감동을 많이 받았다. 열의가 대단했다."
이처럼 '시동'에는 다채로운 배우들이 많이 나와 신선한 조합을 선사한다. 주요 배역을 비롯해 전직 배구선수이자 택일의 엄마 정혜 역을 맡은 염정아, 상필의 할머니로 등장한 고두심, 장풍반점의 사장님 공사장을 맡은 김종수, 장풍반점 배달원 배구만 역의 김경덕, 상필을 나쁜 길로 이끈 김동화 역의 윤경호 등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최정열 감독은 "'시동'에 인지도 있는 훌륭한 배우님들이 많이 나와주셨는데, 신인 배우분들도 많이 캐스팅해 등장한다. 다들 이 영화를 풍요롭게, 어우러지게 해주면서 신선한 에너지를 만든 것 같다"며 "캐릭터의 정서를 잘 표현할 수 있으면서, 신선했으면 좋겠다는 지점을 판단했다. 상필이 같은 캐릭터가 원래 그럴 것 같은 배우가 하면 재미없지 않겠나. 택일도 그렇고. 특히 택일이 장풍반점에 와서 스스로 깨달아가는 과정을 살리고 싶어서, 장풍반점 사람들이 단순한 멘토적 역할보다는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길 바랐다. 매력이 없으면 눈길이 안 가니까 캐릭터들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극 초반에는 코믹한 장면이 영화를 이끌었다면, 택일과 상필의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영화의 주제의식과 더욱 맞닿아진다. 이에 대해 최정열 감독은 "우리가 항상 하루를 살고, 이를 복기해보면 갑자기 슬픈 일도, 무서운 일도 생기곤 한다. 택일과 상필이 다른 사람을 만나 다른 선택을 하고, 다른 길을 걷는데 이게 상호작용을 하면서 이야기가 쌓여나간다. 이야기가 나올수록 유머보다 주제의식이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그게 영화의 핵심이다. 어떤 선택에 의해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또한 원작에서 택일이 떠나는 장소가 원주였는데, 영화에서는 군산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처음엔 원주를 찾아갔다. 그런데 생각보다 가깝더라. 1시간 안에 갈 수 있는 거리더라. 택일이 지긋지긋한 서울이라는 공간을 벗어나야 하는데 생각보다 원주가 가까운 공간이라는 게 걸렸다. 그래서 물리적으로도, 엄마와 심리적 거리감도 느껴질 수 있는 공간으로 군산을 택했다. 군산에는 바다도 있고 고즈넉하고 옛날 공간도 많아서 택일이가 이 공간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이렇듯 최정열 감독은 전작 '글로리데이'에 이어 '시동'으로 청춘의 삶을 그려냈다. 그는 "개인적으로 청춘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이 성장하는 모습에 관심이 많다. 그렇지만 '시동'이 딱 청춘영화 범주는 아니다. 어느 나이대에 있는 누구든, 새롭게 시작하는 지점에 섰을 때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드라마다. 보통 고등학교 졸업 후나 사회초년생 때 새로운 선택을 하지만 퇴직하신 분들도 다시 시작할 수 있지 않느냐. 언제든 새로운 선택의 순간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서 이야기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인터뷰]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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