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번'류현진과 웨인 그레츠키
파이낸셜뉴스
2019.12.30 18:54
수정 : 2019.12.30 19:27기사원문
1968년 이 도시에 '팀 홀튼'이라는 식당이 오픈했다. 식당이라기보다는 도넛과 커피 전문점에 가깝다.
개업식에 한 소년이 부모와 함께 참석했다. '팀 홀튼'은 당시 최고 인기 아이스하키 스타였다. 7살 소년은 냅킨에 그의 사인을 받았다. 이 만남은 아이스하키 사상 최고의 명선수를 탄생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는 아이스하키의 매력에 푹 빠졌고, 전설적인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 선수가 됐다.
지난 28일(한국시간) 토론토에 새 둥지를 튼 류현진(32)의 입단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캐나다가 백넘버 99번을 LA로 임대해 주었는데, 이번엔 LA가 99번을 캐나다로 돌려보내 주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99번은 웨인 그레츠키의 등번호다. 그레츠키가 은퇴하자 NHL은 99번을 전 구단 영구결번으로 남겼다. 북미 스포츠에서 전 구단 영구결번 선수는 재키 로빈슨과 그레츠키 단 두 명뿐이다.
로빈슨은 1947년 흑인 최초로 메이저리그 선수가 된 인물. 50년 후인 1997년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그의 등번호 42번을 전 구단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 로빈슨은 메이저리그에 데뷔하기 전 몬트리올 엑스포스(현 워싱턴 내셔널스) 마이너리그 선수로 활약했다.
웨인 그레츠키와 재키 로빈슨 둘 다 캐나다와 미국을 오가며 선수 생활을 한 셈이다. 그레츠키가 이적하기 전 캘리포니아주 주민들은 아이스하키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레츠키 이후 애너하임 덕스, 산호세 새크스 등 두개 팀이 늘어났다.
거꾸로 캐나다 토론토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는 아이스하키(캐나다에선 통산 하키로 불림)다. 미 프로농구(NBA)리그에 속한 토론토 랩터스에 대한 애정도 만만치 않다. 랩터스는 2018-2019시즌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4승 2패로 누르고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다.
캐나다에서 99번은 신성한 번호다. NHL에선 아무도 이 번호를 달 수 없고, 다른 종목에서도 차마 사용하지 못한다.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99번을 사용하게 한 것은 류현진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커서다.
블루제이스에는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20) 캐빈 비지오(24) 보 비세트(21) 등 20대 초반 유망주들이 있다. 이들 3인방이 유격수와 3루수, 2루수등 내야 주 포지션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 트리오는 2,3년 내 토론토를 A급 팀으로 탈바꿈시킬 것이다. 블루제이스는 그 중심에 류현진이 서길 원하고 있다.
그레츠키가 더운 LA 지역을 아이스하키의 새로운 메카로 바꾸어놓은 것처럼 류현진이 추운 토론토를 '야구의 도시'로 변모시키길 희망한다. 등번호 99번에는 그런 소망이 담겨 있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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