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때 공무원 입는 '노란점퍼'…일반인도 구매 가능할까?

파이낸셜뉴스       2020.01.26 08:30   수정 : 2020.01.26 08:41기사원문
노란색 아닌 라임색 '민방위복'
재난 상황 시 눈에 잘 띄도록 공무원도 착용

[파이낸셜뉴스]

"공무원들은 도대체 저 노란색 점퍼를 어디서 입고 나오는 건가요? 사무실에 다 비치돼있나요?"

재난 관련 기사를 작성하면 종종 달리는 댓글입니다.



재난 대응 상황에서 공무원들이 노란색 점퍼를 입고 있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는데요.

위 같은 댓글을 읽을 때마다 저도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알아봤습니다.

노란색 점퍼의 공식 명칭은 '민방위복' 입니다.

민방위란 '민방위기본법'에 따르면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정부의 지도하에 주민이 수행하여야 할 방공(防空), 응급적인 방재(防災)·구조·복구 및 군사 작전상 필요한 노력 지원 등의 모든 자위적 활동을 말한다"고 돼있습니다.

쉽게 말해 전쟁·재난 등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정부와 군 등을 돕는 민간인들을 일컫는 것이죠.

민방위 활동을 하는 분들이 눈에 잘 띄도록 입는 점퍼가 바로 '민방위복'입니다.

예비군 기간을 마친 전역자분들이 민방위 대원으로 편입돼 훈련을 받을 때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노란색 아닌 '라임색'

일단 점퍼의 색상은 노란색이 아닙니다. '라임색'입니다.

민방위기본법 시행규칙에 첨부된 별표3을 보면 라임색으로 명시돼있습니다.

비상 상황 시 민간 구호, 주민대피 업무를 주로 맡기는터라 주민들의 눈에 잘 띄는 색상으로 골랐다고 합니다.



재밌는 것은 위 규정에 따라서 만든다면 누구나 제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포털사이트에서 민방위복을 검색하면 판매 중인 민방위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행정안전부 민방위과 관계자는 "복제 규정에만 부합한다면 누구나 제작 가능하다. 일반인들도 구매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작년에는 옷감 재질을 폴리에스테르로 제한했던 것을 풀어주었습니다.

너무 두꺼워서 여름에 착용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건의가 계속됐기 때문입니다.

통풍이 용이한 메쉬(Mesh)형 민방위복도 종종 눈에 띄는 이유입니다.

■위급 상황 시 식별 쉽도록 착용





그런데 왜 공무원은 민방위 대원이 아닌데도 민방위복을 입을까요?

사실 공무원이 재난 시에 민방위복을 입어야한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민방위과 관계자는 "공무원들도 대민 업무를 지원하기 때문에 눈에 띄기 쉽도록 입게 된 것 같다"면서 "언론에는 주로 고위공무원들 위주로 사진이 찍히다보니 더 부각되는 것 같다"고 견해를 밝혔습니다.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중앙 및 지자체 공무원들은 꼭 재난담당이 아니어도 필요한 경우 현장에 투입됩니다.

누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인지 구별하기 쉽도록 공무원들도 입기 시작했다는 해석입니다.

■"민방위복 입은 사람 따라주었으면"

공식 석상에 자주 올라야하는 고위 공무원은 본인 민방위복을 각 사무실에 비치해두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가 국가 재난안전을 총괄하는 중앙부처인 탓에 대형 재난 현장을 수시로 방문하는 행안부 장관은 어떨까요.

행안부 장관실 비서실에 따르면 현직 진영 장관과 전직 김부겸 장관 모두 집무실, 자택, 관용차량에 한 벌씩 구비해두었습니다.

진영 행안부 장관은 취임 시 강원도 대형 산불로 인해 임기 첫날을 현장에서 맞았는데 전임 김부겸 장관에게 민방위복을 넘겨받기도 했습니다.

공무원들의 설명에 따르면 민방위복은 부서 예산으로 구매합니다.


재난현장에 전원 출동해야하는 재난 관련 부서는 각자 한 벌씩 구비해두는가하면 현장에 나갈 일이 드문 부서는 한두벌 구매해 두고 돌려 입는다고 합니다.

한 지자체 공무원은 "사실 왜 입어야하는 건지 법적 근거를 생각해본 적은 없다"면서도 "민방위복을 입으면 공무원으로서의 책임감이 더 생기는 것 같다. 만약 재난상황이 발생하면 민방위복을 입은 공무원이나 대원들을 믿고 통제에 따라주셨으면 한다"고 전했습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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