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잇단 베팅 실패… 투자자들 '비전펀드2'에 등돌렸다
파이낸셜뉴스
2020.02.12 17:34
수정 : 2020.02.13 16:47기사원문
위워크·오요·브랜드리스 등
투자한 스타트업 부실 심각
2호펀드 대부분 소프트뱅크 출자
손회장 "나쁘지 않은 성적 거둬"
【 서울 도쿄=윤재준 기자 조은효 특파원】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이 설립한 비전펀드의 투자 손실이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 혁명을 주도하려는 손 회장의 꿈이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1일(현지시간) CNN비즈니스는 1000억달러 규모의 비전펀드가 투자한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들의 손실이 커지면서 투자자들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으며 두번째 펀드 계획 또한 차질이 생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 스타트업 투자 줄줄이 실패
비전펀드의 투자 논란은 지난해부터 제기돼왔다. 차량공유업체 우버와 클라우드 메신저 플랫폼인 슬랙은 지난해 상장 이후 고전해 왔다. 110억달러를 투자한 사무실공유업체 위워크는 10월 상장을 취소했다. 그럼에도 비전펀드는 위워크에 100억달러를 긴급 수혈했다. 우버, 슬랙 등 3개사로 인해 3·4분기에 90억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반려견 산책 전문 스타트업 왝(Wag)에 3억달러를 투자하려던 계획을 철회했으며 6억달러를 투자한 인도의 호텔브랜드 오요(OYO)는 감원 실시에 이어 추가 해고까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상가상으로 지나 10일에는 2억4000만달러를 투자한 미국 전자상거래기업 브랜드리스가 직원의 90% 감원과 함께 소비자들의 구입 주문 접수를 중단했다.
소프트뱅크 지분 상당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관투자자인 엘리엇 매지니먼트는 이달 초 손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을 만나 절제된 투자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전펀드를 떠나는 임원들도 늘고 있어 미주 담당 이사 마이클 로넌이 지난주 사임하는 등 최근 수개월간 파트너 3명이 그만뒀다. 이에 제2의 메가 기술펀드를 설립하려는 손 회장의 계획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7월 애플과 폭스콘, 마이크로소프트, 스탠다드차타드 은행과 '비전펀드2' 설립에 합의해 1080억달러의 기금을 모을 것으로 기대해왔다. 그러나 이들 기업들이 출자를 꺼리고 있어 규모가 절반에도 못미칠 것이며 소프트뱅크가 대부분의 자본을 충당해야 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미국 뉴욕대 스턴 경영대의 스콧 갤러웨이 교수는 비전펀드2 설립에 대해 "이것(비전펀드)이 소프트뱅크의 처음이자 마지막 펀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퍼리스의 애널리스트 아툴 고얄은 소프트뱅크가 위워크에 100억달러를 수혈한 것은 손 회장이 부실 프로젝트인데도 불구하고 막대한 자금을 투자할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준 나쁜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투자 혹평 속에서도 손 회장은 이날 도쿄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실적 발표 기자회견에서 비전펀드의 연이은 투자 실패에 대해 "실패라는 사람도 있으나, 8조8000억엔을 투자해서 1조3000억엔의 이익이 나오고 있다"며 "나쁘지 않은 것 아니냐. 돌이켜보면 훌륭한 성적으로 출발했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또 위워크에 대해선 "2021년엔 EBITA(이자·세금·감가상각비 차감전 이익)흑자"라는 목표를 내건 뒤 2022년엔 잉여현금흐름(FCF)흑자 전환·2024년엔 잉여현금흐름 1000억엔 흑자로 하겠다고 제시했다.
■ 주가 향방 안갯속
소프트뱅크의 앞으로 주가 향방도 주목된다. 투자실패 논란에도 연초부터 주가는 상승세다. 그러나 실적과 무관한 재료들이 주가를 견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주가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소프트뱅크그룹은 일본 회계연도 기준으로 3·4분기에 해당하는 지난해 10~12월에 순이익(연결 실적)이 전년 동기대비 92% 급감한 550억엔을 기록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주력인 펀드투자사업의 손실이 전체 순이익을 끌어내렸다. 지난해 3·4분기까지(4월~12월)누적 연결 순이익은 전년 동기비 69% 감소한 4765엔으로 집계됐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연간(2019년 4월~2020년 3월)실적 예상치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주요 외신들은 소프트뱅크의 최근 주가 상승 배경으로 소프트뱅크가 지분의 26%를 보유한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에 대한 기대감과 엘리엇의 소프트뱅크 지분 매입 등을 꼽았다. 한편, 이날 소프트뱅크그룹의 주가는 도쿄 주식시장에서 오전 한 때 전일 종가 대비 14%나 일시 급등했다. 소프트뱅크가 지분 84%를 갖고 있는 미국 통신기업 스프린트(미국 통신기업 4위)와 3위 T모바일간 합병 승인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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