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풀린 해변길, 걷기만해도 소설이 되는 곳..장흥
파이낸셜뉴스
2020.02.21 04:00
수정 : 2020.02.21 04:00기사원문
장흥으로 떠나는 문학기행
이청준 · 한승원·한강 · 송기숙 장흥 출신 문인들
작품 한데 모아놓은 천관산문학공원
이야기 속 배경 옮겨놓은
탐방로엔 유채꽃 향기 가득
장흥 출신 문인들의 면면을 살필 수 있는 천관문학관과 장흥 출신 문인을 포함해 한국의 대표 문인 54인의 글을 자연석에 새겨 꾸민 천관산문학공원은 장흥 문학기행의 중심이다.
■문학의 고장 전남 장흥을 찾아서
이청준, 한승원 문학길은 기존 문학 탐방길과 연계하고 두 작가의 작품 속 배경을 반영해 자연친화적 탐방길로 조성됐다. 코스는 한승원 문학비를 출발해 한승원 생가, 한재공원, 면소재지, 영화 '천년학' 세트장, 선학동 산길, 이청준 생가 및 묘소까지로 12.5km에 이른다. 한승원 생가를 지나 국내 최대의 할미꽃단지가 있는 한재공원에 올라서면 득량만의 넘실거리는 쪽빛바다와 탁 트인 들녘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천년학' 촬영 세트장을 지나 유채와 메밀밭이 조성된 선학동을 거치면 이청준 생가 및 묘지까지 이어진다.
■소설가 한승원 집 앞 해변산책로를 따라
장흥군 대덕면에서 태어나 1968년 신아일보 신춘문예에 '가증스런 바다'가 입선돼 문단에 오른 소설가 한승원. '포구의 달'(1983년), '불의 딸'(1983년), '아제아제 바라아제'(1985년), '해산 가는 길'(1997) 등으로 잘 알려진 그는 현재 장흥군 안양면 율산마을에 '해산토굴'이라는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토속적인 인간의 삶과 원초적인 생명력, 그리고 한(恨)의 공간으로서의 자연을 그려낸 그의 작품세계는 그의 집필실에서 바라보는 수문(水門) 여다지해변을 연상시킨다. "앞엔 바다, 뒤에는 산을 둔 언덕에 토굴을 지어 살고 싶었다"는 작가의 소망이 실현된 그의 집 앞 해변산책로는 찾는 이들에게 소설가 한승원과 그의 작품, 그리고 그를 소설가로 키운 남해바다의 감성적 풍경을 펼쳐놓는다. 한승원 작가의 딸인 한강 작가가 소설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의 하나인 맨부커상을 수상해 화제가 됐다. 장흥 출신 문인들의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인 천관문학관은 다양한 전통 문화체험 공간으로 사전 예약만 하면 방문객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다. 또 작가들이 편안한 집필 활동을 위한 집필공간도 마련돼 있다.
■장흥읍내 내려다보이는 사자산에 올라
장흥 문학여행을 마친 뒤에는 인근에 있는 사자산에 올라보자. 사자산은 제암산, 억불산과 더불어 장흥의 삼산(三山)으로 꼽히는 명산이다. 누워서 고개만 들고 있는 거대한 사자 모양을 닮았다고 해 사자산이라고 불린다. 장흥읍쪽 봉우리가 사자머리 같다고 해서 사자두봉, 정상은 남릉과 더불어 꼬리 부분이라 하여 사자미봉이다. 곰재를 사이에 두고 제암산과 마주보고 있으며, 동서로 400m의 능선이 길게 뻗어 있다. 산행 코스는 여러 개가 있는데, 제암산이나 곰재와 연결한 종주코스가 인기다. 산행 기점이 공설공원묘지 주차장인 경우 간재골짜기의 제암산 임도를 따라가다가 간재에 도착한 후 오른쪽의 사자산 꼬리와 패러글라이더 이륙장을 거쳐 사자두봉에 이르게 된다. 정상은 거대한 암반으로 이뤄졌으며, 장흥 읍내와 남해로 빠져나가는 탐진강이 멀리 내려다보인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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