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와 손잡은 디벨로퍼들 시장 장악…외국 투기자본도 조단위 ‘베팅’
파이낸셜뉴스
2020.03.08 17:20
수정 : 2020.03.08 17:20기사원문
도쿄 상업 부동산 ‘나홀로 과열’
앞서 2014년 11월 완공한 토라노몬힐즈(지상 52층)의 연작 시리즈격이다. 힐즈 북쪽이 비즈니스타워, 그 아래 남쪽이 현재 짓고 있는 레지던스, 또 인근에 초고층(지상 49층· 약 265m)빌딩인 힐즈 스테이션 타워가 건설 중이다.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도심재개발 사업의 일환이다.
모리 부동산은 이어서 2023년 완공을 목표로 롯폰기·도라노모에 이은 세번째 복합상업단지(연면적 86만㎡)로 '도라노몬·아자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총 사업비만 5800억엔(약 6조5300억원)에 달한다. 이 역시 도심 재개발사업이다.
도라노몬힐즈 앞 도로를 따라 내려오면 인근 역시 모리가 지은 건물들이 늘어서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층부에 '모리37', '모리38', 'MORI' 마크가 찍혀있는 건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본의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대표작인 롯폰기힐즈(2006년 완공)를 시작으로 도라노몬으로 모리왕국을 넓혀가는 양상이다. 도쿄역 인근 마루노우치는 미츠비시의 영역이다. 2000년대 초반, 고이즈미 정권은 용적률 제한에 막혀 초고층 빌딩 개발이 어렵게 되자 도쿄역 '허공'을 미츠비시에 파는 '봉이 김선달식 해법'으로 과감히 개발규제를 풀었다. 미츠이부동산은 그 인근 니혼바시를 근거지로 한다. 오사카에 기반을 둔 스미토모 역시 최근 신주쿠 등지에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관과 결합한 디벨로퍼들이 상업부동산과 맨션(한국의 아파트격)사업을 장악한 상태.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스미토모부동산과 미츠이는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오피스 수요가 늘어나면서 임대수입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블록딜 방식으로 부동산 물량을 대거 싹쓸이하는 사모펀드도 일본 상업 오피스 부동산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미국 투자 펀드 블랙스톤그룹이 연초부터 일본에서 3000억엔(약 3조2000억원)규모의 부동산을 쓸어담으며 일본 부동산 업계를 들썩이게 했다. 블랙스톤이 사모은 건 중국 안방보험이 보유한 도쿄와 오사카 등지의 맨션(한국의 아파트에 해당) 220채였다. 일본에서 거래된 사상 최대 규모의 부동산 거래다. 또 지난해 말엔 도쿄 메구로구에 있는 웨스틴호텔도쿄가 싱가포르에 거점을 두고 있는 중국계 투자회사인 브라이트 루비에 약 1000억엔에 넘어갔다.
이처럼 매각 차익을 활용한 외국 투기자본이 가세하면서 일본 상업 부동산이 과열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도쿄의 주요 오피스 빌딩의 투자 수익률은 2.8%(2019년 9월 기준)으로 뉴욕(2.3%), 상하이(2.3%), 상기포르(1.8%)등 세계 주요 도시보다 높다. 공실률 역시 낮다. 사무실 중개업체인 미키상사에 따르면 도쿄 도심 5 구(지요다·주오·미나토·신주쿠·시부야구)의 지난해 10월 사무실 공실률은 1.63%. 2018년 이래 2%포인트 하락했다. 실질적인 수급 균형의 기준이 되는 5%를 밑돌면서, 평균 임대료는 3.3㎡당 2만2010엔으로, 70개월 연속으로 상승했다.
더구나 일본의 기준금리가 마이너스(-) 0.1%인 점을 감안하면, 큰 손이라면 노려볼만한 시장인 셈이다. 실제 블랙스톤은 지난해 고수익을 노릴 수 있는 부동산펀드와 사모펀드(PE)투자 비율을 높이면서 부동산 분야에서만 총 341억 달러를 운용했다. 그중 일부가 일본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온 것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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