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격리생활
2020.04.15 20:19
수정 : 2020.04.15 20:19기사원문
얼마 전 지인들과 단톡방에서 다음 모임을 어찌 할지 논의했다. 다들 코로나19가 진정될 때까지 미루자고 자연스레 결론을 내렸다. 어떤 것이 슬기로운 격리생활일까. 유익하게 지내면서, 무료하지도 않게 사회적 거리를 두는 것이라고 내 나름대로 단순하게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본인의 책임으로만 맡겨둘 수 없다. 온 사회가 함께 도와야 한다. 지금 미국에선 학생들이 대부분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다. 인터넷이 없으면 수업 참여가 불가능하기에 여러 통신사들이 무료 인터넷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대형 통신사에서 인터넷이 없는 학생들에게는 특정 기간 (칼라바사스 지역은 두 달) 인터넷 기계 설치, 배송비, 라우터를 지원하거나 휴대폰 모바일 데이터를 추가해주는 방법으로 혜택을 주고 있다. 이 점은 우리나라도 참고할 만하다. 코코세라 같은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개방형 대학 강좌) 플랫폼에서는 컴퓨터 코딩부터 비즈니스 영어 등 다양한 종류의 수업을 무료로 들을 수 있다. 지난주 마감한 코딩수업에는 전 세계에서 8만명의 지원자가 한 번에 몰렸다고 한다. 파리의 유서 깊은 오페라 가르니에도 현재 임시휴무 상태이나, 백조의호수 발레 공연이나 클래식 콘서트 등을 특정 기간 인터넷에서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했다. 넷플릭스, 훌루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 혹은 HBO 같은 TV 채널에서도 무료영화를 제공하고 있다. 월마트, 코스트코 등 대형 마켓들도 노인만 이용할 수 있는 전용 쇼핑시간을 두고 있다. 슬기로운 격리생활을 할 수 있도록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지원하고 협조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점이 다행스럽다.
주변을 돌아보니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자세들이 많이 다르다. 너무 과도하게 걱정하는 사람, 너무 과도하게 무심한 사람. 극과 극의 유형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요즘같이 내일이 불투명한 시대일수록 나의 행동이 타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올바른 시민의식을 가져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코로나19 조기 극복을 위한 첫 관문이다. 힘들지만 슬기로운 격리생활을 통해 우리 세대가 처음 겪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극복하도록 서로 돕는, 현명한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이복실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회장, 전 여성가족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