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송현동 공원 계획, 해도 너무한 이유
파이낸셜뉴스
2020.06.07 18:28
수정 : 2020.06.07 18:28기사원문
멋진 생각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당초 언론을 통해 흘러나온 서울시의 부지 매입가는 2000억원 수준이었다. 서울시가 공식적으로 밝힌 금액은 아니지만 재계에선 '해도 너무한다'는 말이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한항공이 이 부지를 삼성생명으로부터 사들인 가격이 2900억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입 시점 역시 서울시 땅값이 지금보다 훨씬 싼 2008년이다.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가질 않는 가격이다.
하지만 줄다리기를 관전하는 이들은 이미 승자가 정해진 싸움이라고 했다. 서울시가 해당 부지에 대한 쓰임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서울 도심 한 복판 땅이라고 해도 쓸 수 없는 땅이라면 비싼 값에 매입할 이는 없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서둘러 송현동 부지를 팔아야 하는 대한항공이라도 "그냥 갖고 있겠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다. 결국 서울시는 알려진 가격보다 2.3배 많은 4670억원을 땅값으로 제시했다. 대한항공이 이 가격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미지수지만, 서울시는 이미 송현동 부지 공원화 계획을 올 8월 내 마무리한다는 입장이다. 땅 주인 의사와는 관계없이 '이 정도면 됐지' 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번 송현동 부지 매입 과정에서 보여주는 서울시의 태도는 박 시장이 언급했던 뉴욕 센트럴파크 '어덥트 벤치'와는 사뭇 다르다. 서울시 한 복판에 센트럴파크같은 공원이 생기는 걸 반기지 않을 이는 없다. 하지만 공원을 만들기 위해 행정 권한을 이용, 민간 기업의 재산권을 제멋대로 재단한다면 앞선 시장의 발언도 오해 받을 수 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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