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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줄다리기를 관전하는 이들은 이미 승자가 정해진 싸움이라고 했다. 서울시가 해당 부지에 대한 쓰임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서울 도심 한 복판 땅이라고 해도 쓸 수 없는 땅이라면 비싼 값에 매입할 이는 없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서둘러 송현동 부지를 팔아야 하는 대한항공이라도 "그냥 갖고 있겠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다. 결국 서울시는 알려진 가격보다 2.3배 많은 4670억원을 땅값으로 제시했다. 대한항공이 이 가격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미지수지만, 서울시는 이미 송현동 부지 공원화 계획을 올 8월 내 마무리한다는 입장이다. 땅 주인 의사와는 관계없이 '이 정도면 됐지' 하는 식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013년 억울한 일을 겪었다. 그 해 6월 서울시의회 정례회 시정 질문에서 최호정 서울시의원은 박 시장에 "돈독이 많이 올라 있냐"며 따져 물었다. '돈을 적게 들이면서 기업의 도움도 받아 서울이 행복할 수 있게 해보자'는 박 시장의 평소 발언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당시 여론은 최 의원 편이 아니었다. 시장의 발언을 곡해한 정치적인 공격이라고들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박 시장은 틈만 나면 뉴욕 센트럴파크 '어덥트 벤치'를 예로 들었기 때문이다. 센트럴파크엔 흔쾌히 7500달러를 내고 벤치에 자신의 족적을 남긴 이가 3000명이 넘는다. 공원은 운영비를 벌고 혜택은 시민에게 돌아간다. 서울 역시 이렇게 만들자는 게 시장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번 송현동 부지 매입 과정에서 보여주는 서울시의 태도는 박 시장이 언급했던 뉴욕 센트럴파크 '어덥트 벤치'와는 사뭇 다르다. 서울시 한 복판에 센트럴파크같은 공원이 생기는 걸 반기지 않을 이는 없다. 하지만 공원을 만들기 위해 행정 권한을 이용, 민간 기업의 재산권을 제멋대로 재단한다면 앞선 시장의 발언도 오해 받을 수 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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