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도 못받는 노동자 300만명… 못주는 고용주도 범법자 내몰린다
파이낸셜뉴스
2020.07.08 17:40
수정 : 2020.07.08 17:40기사원문
100명 중 16명이 최저임금 이하
中企 등 영세사업장선 유명무실
8일 한국은행과 통계청, 노동계 등에 따르면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 8590원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는 300만명을 웃돈다. 통계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사업장 규모가 영세하고 지방일수록 최저임금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가 많은 지역은 강원(21.7%), 전북(18.8%), 전남(18.7%)으로 서울(13.3%), 울산(11.9%), 세종(9.6%)보다 확연히 많았다.
통계청이 매년 8월 발표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를 분석해보면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 비율은 2006년 9.3%에서 2019년 16.5%까지 크게 치솟았다. 월평균 임금을 평균 근로시간으로 나눈 수치를 따진 것으로, 노동자 100명 중 16명 이상이 시간당 최저임금보다 못한 돈을 받고 일한다. 한국은행은 이미 지난 2017년 16.3%의 노동자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다고 분석했고, 민주노동연구원도 보고서에서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가 304만6000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최근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올라 이를 감당하지 못한 업체가 늘어난 게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시간당 최저임금은 2014년 처음 5000원을 넘어섰고 2016년 6000원, 2018년 7000원, 2019년 8000원을 넘어섰다. 단 5년 만에 64.8%나 올랐다. 같은 기간 연평균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지수가 2% 안팎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 증가세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시급 1만원' 공약을 들고나온 만큼 현 정부 내에서 1만원까지 오르리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건전한 영세 소상공인들을 불법 사업자로 내모는 격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최저임금 제도가 도리어 소상공인들의 목을 죈다는 주장이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최저임금을 동결하고, 자영업자에 대한 인건비 지원을 확대해 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업체에 대한 당국의 감독은 느슨하기 짝이 없다. 2020년 현재 근로감독관 한 명당 담당하는 사업장 수는 약 1500개다. 하루에 4곳 이상씩 감독해야 한다는 뜻이다. 영세한 사업장이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다 적발돼도 미지급금액만 지급하면 별다른 조치 없이 넘어가 실효성도 크지 않다.
공연예술 업계에서 특수효과와 조명 관련업무에 종사하는 조모씨(24)는 "입사 때부터 계약서도 없고, 최저임금보다 훨씬 못한 월급을 받았다"며 "나만이 아니라 이쪽은 다 그렇게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조씨는 "노동청에 고발하면 된다고 하지만 그렇게 하는 순간 소문이 쫙 퍼져서 힘들게 배운 기술을 써먹을 수 없게 될까 봐 무섭다"며 "다들 법을 지키면 나도 어떻게 해보자는 생각을 할 텐데 다들 안 지키고 있으니 나도 넘어가자는 생각이 든다"며 한숨을 쉬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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