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자주 가네?"… 사무실 CCTV·녹음기에 직장이 두렵다

파이낸셜뉴스       2020.07.14 18:17   수정 : 2020.07.14 18:39기사원문
직원 태도 등 감시 신종 갑질 기승
설치목적 다르게 조작 명백한 불법
업무 중 대화 녹취는 합법이지만
유출 늘며 직원 간 신뢰 저하 우려



직장에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한다고 느끼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사무실에 설치된 CCTV와 직원들이 휴대한 녹음기 때문에 일상적인 행동과 말조차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무실 CCTV 증가··· 직원은 '불안'


14일 고용노동부와 국가인권위원회, 직장갑질119 등에 따르면 사무실 내에 CCTV를 설치해 직원들의 태도 등을 감시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상 불법행위로, 관련 판례는 물론 고용노동부의 유형별 가이드라인까지 만들어졌음에도 피해를 본 직원들의 신고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직장갑질119가 올해 확보한 CCTV 감시 및 부당지시 사례만 100여건에 이르며, 지방노동위원회와 인권위에도 비슷한 사건들로 다수 진정이 들어간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CCTV를 통한 감시는 폭언·괴롭힘·임금체불 등 다양한 불법행위와 함께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한 공기업에서 정직처분을 받았다 노동위에 진정해 구제된 적이 있는 A씨는 이후 회사에서 CCTV를 통해 자신의 태도를 지켜 본 것 같은 느낌을 수차례 받았다고 증언했다.

A씨는 "담배를 태우러 조금 오래 자리를 비우거나 화장실에 가거나 하면 분명히 그 사실을 다 알 수 없는 사람인데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하더라"며 "증거가 없으니 당하고만 있지만 회사에서 CCTV를 보고 있다고 느낄 때가 많다"고 분개했다.

CCTV를 통해 직원을 감시하는 건 명백한 불법행위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CCTV 등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 목적과 다르게 조작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처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다만 이 조항을 위반해 처벌받은 사례는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부당노동행위 일반을 관할하는 고용노동부와 개인정보보호법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 중 이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려는 부처가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허점을 노려 사무실 내에 CCTV를 설치하는 사례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에 근로자 30인 이상 사업장은 근로자 감시 목적의 장비의 설치 및 운영을 노사협의를 거쳐 결정한다고 정하고 있지만 협의사항에 불과한 데다 이를 어길 시 처벌조항도 없어 지키는 사례가 드물다.

대화녹음 '합법'··· "불편해도 이해해야"


직원들이 휴대하는 녹음기가 문제라는 목소리도 있다. 업무 중 이뤄진 대화를 녹음해 유출하는 사례가 늘어나며 직원 간 신뢰가 깨진다는 우려에서다.

대기업 부장 B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얼마 전 퇴사한 후배가 노동청에 부당노동행위 진정을 넣었는데 이때 B씨와 나눈 대화 녹취록이 증거로 들어갔다는 소문을 들었다는 것이다. B씨는 "다른 직원한테 들어보니 녹음 기능이 있는 손목시계로 자주 녹음을 했다고 하더라"며 "모든 대화가 다 녹음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편히 말하기가 겁이 난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CCTV와 달리 불법이 아니다. 불법 녹음을 처벌하는 통신비밀보호법이 '타인 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경우만 문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대화 내용에서 업무상 비밀이 들어있지 않다면 다른 법으로도 처벌되지 않는다.

특히 녹취된 내용이 직원이 부당노동행위를 입증하는 근거로 주요하게 쓰이는 경우가 많아 직장 내 녹음은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이와 관련해 최근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아 복직한 공공기관 직원 C씨는 "부당해고 입증도 해고자가 직접 해야 한다"며 "녹음기까지 없었다면 사측과 달리 부당해고와 관련한 증거를 얻기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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