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예찬론, 누구를 위한 것인가
파이낸셜뉴스
2020.08.03 17:18
수정 : 2020.08.06 18:05기사원문
3년 전 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 사는 지인은 이렇게 푸념했다.
최근 '임대차 3법'으로 전세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정치권 인사들이 '월세 제도가 나쁘지 않다'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도 지난 2일 페이스북에서 "앞으로는 모두가 월세를 내는 나라가 될 것"이라며 "월세 위주의 부동산 시장에서 주택 가격의 안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월세가 새로운 제도로 등장한다고 해도 정부가 제도적 준비만 잘 하면 괜찮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오히려 그동안 전세 제도가 만들어온 집값의 거품을 빼는 호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월세예찬론'이 과연 벼랑끝에 몰린 세입자들의 공감을 얻을지 의문이다.
현재 은행 대출금리는 연 2%대까지 떨어졌지만 전월세전환율은 4~5% 수준이다. 은행 이자보다 월세가 훨씬 비싼 현실을 생각이나 해본 발언인지 묻고 싶다. 전문가들은 임대차 3법이 전세 물량을 없애거나 월세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당장은 세입자에게 유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몇 년 뒤 그들 말처럼 전세 제도가 소멸되면 그 피해는 서민들이 고스란히 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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