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제한법
파이낸셜뉴스
2020.08.10 16:55
수정 : 2020.08.10 17:12기사원문
삼국시대 '장리(長利)'는 곡식을 춘궁기에 빌려주고 추수철에 받아낸다. 화폐 대신 곡식을 꿔주고 받은 대부업의 시초인 셈이다. 당시 장리 금리는 지금으로 따지면 연 66%쯤 된다.
고려 경종(980년) 땐 이를 절반인 33%로 제한했다. 조선후기로 갈수록 고리대금업이 성행하자 영조땐 연 20%로 묶었다. 해방 이후엔 1962년 이자제한법 제정으로 법적 틀을 갖췄다. 현행법상 법정 최고금리는 연 24%다. 2002년 66%에서 2007년 49%, 2014년 34.9%, 2017년 27.9%로 내려왔다.
최근 여당에서 법정 최고이자율을 연 10%까지 낮추는 법안을 잇따라 내놨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외계층을 위해서라는 게 이유다. 여권 내 잠룡 이재명 경기지사도 연 10% 제한에 적극 찬성이다. 민주당 지도부와 소속의원 176명 전원에게 서한을 보내 법 개정을 요청했다. 실물경제 위기가 저신용자와 영세·자영업자의 숨통을 옥죄니 높은 이자를 내리라는 주장은 얼핏 타당해 보인다.
실제 2018년 최고이자율이 28%에서 24%로 낮춰진 후 일부 대부업체가 영업을 중단했다. 남은 업체들도 신규 대출 업무는 거의 안한다. 대부업 시장이 쪼그라들면 저신용층은 사채 등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금융소외계층에 돌아간다. 사채금리는 연 100% 이상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무서운 지하시장이다. 서민을 위한다면서 되레 서민을 궁지로 내모는 우를 범할 수 있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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