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따라하는 스가, 한·일관계 개선 의지 실종
파이낸셜뉴스
2020.10.13 18:03
수정 : 2020.10.13 18:03기사원문
"日기업 자산 매각땐 방한 불가"
한중일 정상회담 협상카드 악용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수용가능한 조치'를 한국이 내놓지 않으면, 연내 한국에서 개최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담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최근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 한국 정부가 전향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 정상회담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던 지난해 아베 전 총리와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13일 한국 외교부는 "연내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노력 중이다"는 답변만 내놓은 상태다. 통상, 3개국 정상회의에서는 한·일, 중·일, 한·중 각각의 양자회담이 병행해 열린다.
더불어 방한 카드를 지렛대로, 한국 정부의 양보를 이끌어내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담겨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상회담 개최 자체를 협상 카드로 쓰겠다는 것은 지난해 아베 정권 때와 복사판이다.
스가 총리는 지난 달 24일 문재인 대통령과 첫 전화회담을 하면서 양국 관계 개선의 계기를 한국 측이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징용 배상문제의 해법을 한국 측이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징용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은 아베 정권 때와 마찬가지로 한 치도 변함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일 관계에 있어서도 구사하는 용어가 같다. 아베 전 총리가 "조건 붙이지 않고 김정은 위원장 만나고 싶다"고 했던 것처럼 스가 총리 역시 "조건없이 만나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상태다.
스가 총리가 한·중·일 3국이 해마다 돌아가면서 개최하는 정상회의 불참 의사까지 거론한 것은 3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 결과를 본 뒤 한·일, 중·일 관계를 설정하겠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계산도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례적으로 개최돼온 한·중·일 정상회담 참석을 협상의 지렛대로 삼는 것에 대해 일본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교도통신은 "일본은 이전에 정상회담 참석을 외교 카드로 쓰는 다른 나라의 수법을 비판해온 경위가 있다"며 "(이번) 대응은 모순된다는 인상을 부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과거 박근혜 정부가 위안부 문제 해법을 제시하지 않고서는 정상회담에 응하지 않겠다고 한 것을 비판한 아베, 스가 두 정권이 이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가 총리는 이번 달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에 나설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베트남이다. 아베 총리가 첫 순방지로 잡았던 그대로다. 전문가들은 스가 총리가 재임 기반을 다지기 전까지 '아베 외교 루트'를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연내 중의원 해산 및 조기 총선 실시 가능성이 점차 옅어지면서 아베 루트를 답습하는 기간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아베 전 총리는 이날자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재임 중 고노담화를 검증한 것에 대해 "많은 사람이 역사의 진실에 더욱 가까이 다가섬으로써 이 문제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4년 이 검증 작업은 당시 관방장관이었던 스가 총리가 주도했다. '고노 담화 작성 과정에서 한일 양국 정부 사이에 담화 내용 조율이 있었다'. 즉 정치적 타협의 결과물이라는 취지의 검증 보고서를 내놨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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