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 콘서트가 남긴 것
파이낸셜뉴스
2020.10.15 18:26
수정 : 2020.10.15 18:26기사원문
그러나 프로그램을 송출한 방송국도, 콘서트의 주인공인 나훈아도 재방은 물론 온라인 다시보기 서비스도 없다고 못 박았다. 아~ 야속하여라.
하지만 전혀 방법이 없었던 건 아니다. 며칠 뒤 지인이 카톡을 통해 나훈아 콘서트를 다시 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다. "고향, 사랑, 인생. 3부로 나누어 부른 노래와 사이사이 던진 멘트가 의미있고 신선했습니다. 오늘 나훈아는 자유로운 영혼의 사상가로 재탄생했습니다. 온 국민이 행복한 밤이었고 삭막한 2020년 추석을 훈훈한 추석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라는 코멘트와 함께였다.
첫 노래는 '고향으로 가는 배'였다.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을 앞둔 선곡이었다. 이어 불려진 '고향역'도 마찬가지였으리라. TV 앞에 앉아 콘서트를 지켜보던 사람들의 어깨가 들썩인 것은 아마도 이 대목에서부터였을 것이다. 멀리 기적 소리가 울려퍼지고 나훈아가 익숙한 멜로디에 실어 "코스모스 피어있는 정든 고향역/이쁜이 꽃분이 모두 나와 반겨주겠지"라고 노래하자 랜선 너머 관객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렸다. 몇몇 관객은 신나게 노래를 따라 불렀고, 또 몇몇은 흐르는 눈물을 연신 찍어 눌렀다.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공연이 끝난 뒤에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나훈아가 내뱉은 말 때문이었다. 나훈아는 공연 도중 "국민 위해 목숨 걸었다는 왕이나 대통령을 본 적이 없다"고 했고,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들이 생길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자 누구는 "20년 가까이 정치를 하면서 나름대로 애를 쓰고 있지만, 이 예인(藝人)에 비하면 너무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했고, 또 누구는 "정치인들의 아전인수식 해석이 놀랍다"며 "나훈아의 발언을 오독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런 갑론을박은 무의미해 보인다. "오죽하면 저런 말을 했겠느냐"는 말이나, "그의 말을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지 말라"는 말이나 제 입장에서 저 편한 대로 한 말이어서다. 그리고 정작 당사자는 더 이상 말이 없지 않은가.
그 대신 "어떤 가수로 남고 싶으냐"는 질문에 내놨다는 그의 대답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흐를 유(流), 행할 행(行), 노래 가(歌), 유행가 가수다. 남는 게 웃기는 거다. '잡초'를 부른 가수, '사랑은 눈물의 씨앗'을 부른 가수, 흘러가는 가수다. 뭘로 남는다는 말 자체가 웃기는 얘기다. 그런 거 묻지 마소." 그러면서 그는 이번 공연에서도 불렀던 신곡 '테스형!'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왜 이렇게 힘들어/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세월은 또 왜 저래/먼저 가본 저세상 어떤가요 테스형/가보니까 천국은 있던가요 테스형…"
jsm64@fnnews.com 정순민 문화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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